(초점)풍전등화 이탈리아..브뤼셀 해법 나올까

입력 : 2011-11-07 오후 1:51:36
[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그리스 사태가 일단락되니 이번엔 유럽 3위 경제대국 이탈리아가 골칫거리다.
 
지난 주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의 초점은 당초 예상과 달리 그리스가 아니라 이탈리아에 맞춰졌다. 정상들은 이탈리아에 대해 재정위기를 잠재울만한 확실한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탈리아는 태평한 모습을 보였다.
 
이탈리아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거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채 수익률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이탈리아 위기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G20 정상회담에 실망한 시장은 이제 7일부터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에 희망을 걸고 있다.
 
◇ 이탈리아, 국채수익률 또 사상최고 경신
 
이탈리아의 국채 수익률이 연일 사상최고치를 다시 쓰고 있다.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0.176%포인트 상승한 6.370%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국채금리 상승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져 시장의 충격은 더욱 컸다. 시장은 지난 8월 ECB가 국채 매입을 재개한 이후 총 1000억유로 투입자금 중 700억유로를 이탈리아 국채에 투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채 금리가 6.3%를 넘어서자 시장의 경계감도 확산되고 있다. 채권 전문가들은 통상 국채 수익률이 7%를 넘으면 ‘매수거부'가 발생하면서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과거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도 국채 금리가 6.3%를 넘어선 뒤 금융시장 통제력을 잃어버리면서, 유로존과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기 때문에 이탈리아도 유사한 길을 걸을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 베를루스코니, IMF 저리대출 거부..퇴진 압박
 
위기의 발단은 G20 정상회의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발언이었다. 그는 "IMF가 이탈리아에게 재정위기 예방을 위해 500억유로의 저리 대출을 제안했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레스토랑이 손님들로 가득 차 있고 ,항공권과 호텔 예약도 예년처럼 만원 상태"라며 "이탈리아에선 위기를 느낄 수 없다"고 자신했다.
 
이같은 발언에 이탈리아 국채 매입을 통해 지원에 나섰던 ECB의 심기도 불편해졌다. 이브 메르시 ECB 정책이사는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과 약속한 긴축안과 같은 경제개혁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탈리아 국채 매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대한 비난은 거세지고 있다. 수도 로마에서는 수만 명의 야당 지지자들이 거리로 나와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거세게 벌이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집권 자유국민당 소속 의원 2명도 탈당을 선언하면서, 베를루스코니는 630석의 의석 중에서 315석을 확보하게 됐다. 지난달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신임투표에서는 316표로 반대 301표를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바 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나는 개혁안들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필요한 숫자를 확보할 능력이 있다"며 총리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 G20 실망감, 브뤼셀이 만회할 수 있을까
 
EU 재무장관회의는 우선 2차 구제안 등 그리스 지원방안은 유지키로 의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여야가 2차 구제금융안 비준을 위한 연립정부 구성에 대해 합의한 덕분이다.
 
은행들의 자본확충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을 위한 방안도 재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EFSF 재원확대 방식에 회원국들의 이견이 많아 재무장관회의 수준에서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할 가능성은 낮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가 새로운 위기 해법을 마련하기보다는 그간에 나온 대책을 다시 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재무장관들이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경제 대국으로 재정위기가 확산되지 않도록 차단막을 쳐야한다는 주장도 거세게 일고 있다.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는 특히 이탈리아에 대해 "내년 2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연장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 이른다면, 막대한 신용위기가 닥칠 것"이라며 "이탈리아는 세계 8위 규모의 경제대국으로, 미국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 금융과 무역 시스템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탈리아가 위기에 빠지면 유로존이 붕괴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며 "유로의 장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탈리아의 구조조정과 안정이 이번 유럽 위기 해결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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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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