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유로존 위기의 원인은 ‘유로존’ 자체에 있기 때문에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유로존이 붕괴되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국EU학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 공동주최로 열린 ‘유로화 위기와 우리의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유승경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같이 밝혔다.
유 연구위원은 “유럽 재정위기는 유로존이 여러 나라가 하나의 통화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한데 근본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로 인해 회원국 경제의 주요변수가 이질화(divergence)됨에 따라 경쟁력의 격차가 확대되고 경상수지의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유럽 재정위기가 촉발됐다는 설명이다.
또, 독일 통일 후 서독 GDP의 70~80%가 동독으로 넘어가면서 불만도 제기됐지만 결국은 같은 나라였기 때문에 재정지원이 가능했고, 미국 역시 50개의 주(state)로 이뤄졌지만 단일 민족국가이므로 위기 시 다른 주로의 지원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로존은 독일이나 미국과 달리 유럽 정치질서 재편의 산물이기 때문에 유럽 내 국가 간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이야기다.
유 연구위원은 “구제금융을 받아 빚을 청산하더라도 유로존의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며 “유럽 위기는 재정 문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채희율 경기대 교수는 방만한 재정운영이 첫 번째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채 교수는 “유로존이 단일 유로 화폐를 쓰기 때문에 명목환율로 고정돼 있어 실질환율의 조정역할이 중요한데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경상수지 괴리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로존 체결 이후 국가 간 자본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은행 간 자본이동이 활성화됐고, 경상수지 흑자국의 자본이 적자국으로 이동했다”며 “재정위기가 은행위기로 번져나갔다”고 덧붙였다.
유럽 재정위기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채 교수는 “유로존 문제 해결의 장기화와 미국경제의 성장동력 상실로 인해 세계경제가 장기적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한국경제도 낮은 성장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한다”고 말했다.
또, “유럽계 은행들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한국금융의 국제화 기회에 대해 언급했다.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채 교수는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