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휴대폰사업 '명암'이 갈린 이유

입력 : 2011-11-15 오전 11:20:38
[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전세계 굴지의 휴대폰 메이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극명한 실적차이를 보이면서, 사소해보일 수도 있는 '정책의 차이'가 이런 명암을 만들어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시대 이전까지 LG전자(066570)가 전세계 이동통신사들에 대한 맞춤형 휴대폰을 만들어내는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데 토를 다는 사람이 없다.
 
이에 반해 경쟁사인 삼성전자(005930)는 최적화보다는 휴대폰 자체에 대한 기술력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이동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의 경우 통신사가 요구하는 네트워크 수준이나 서비스, 용도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납품했다”며 “LG전자 휴대폰은 통신사들이 특별히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최적으로 품질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폰 자체에 대한 품질을 고집하는 바람에 납품 이후에 각 통신사가 오류 리스트를 별도로 전달하고 추후 납품시 해당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야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업계 관계자는 “각 이통사별 최적화가 필요없는 스마트폰이 도입되면서 LG전자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LG전자는 브랜드만 한가지일 뿐 납품 통신사에 따라서 전혀 다른 수많은 휴대폰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아이폰 등 스마트폰이 국내로 도입된 이후 삼성전자는 SK텔레콤(017670)과 스마트폰 제조프로젝트인 ‘와우 프로젝트’를 공동 수행하며 갤럭시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삼성전자는 자사 연구원을 몇 개의 팀으로 묶어 각자가 스마트폰을 경쟁개발하는 형태로 갤럭시 시리즈 개발에 돌입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개발한 초기 갤럭시 시리즈는 서로 호환이 안되는 단점을 노출하기도 했지만,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을 50% 이상 확보하며 세계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LG전자는 스마트폰 대신 1Ghz 모바일 프로세서와 고화질로 무장한 고성능 일반 휴대폰 맥스를 내놓는다. 스마트폰에서도 LG전자는 전세계 통신사별로 담당 연구원들을 붙여 최적화된 휴대폰을 공급한다는 전략을 여전히 고집했다는 얘기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당시에도 맥스를 내놓고 통신사별 최적화가 이뤄진다면 시장에서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내부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맥스는 참패했고, 시장은 급속도로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가며 적응에 실패한 LG전자의 실적은 급격한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오너일가인 구본준 부회장이 급하게 남용 부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거꾸러지는 실적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LG전자가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왔던 통신사 맞춤형 휴대폰 제조개발 정책이 스마트폰 제조 기술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연구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고민하다 재배치 등의 형태로 신규 연구 인력 충원에 나서지만 그마저도 ‘인화’를 강조하는 조직문화 때문에 쉽게 진행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연구 인력에 대한 물갈이를 망설이는 사이 스마트폰 시장의 기술 격차는 곧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LG전자와 전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던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로 스마트폰의 강자 애플과 전세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1위 노키아와의 시장점유율도 지난 3분기 5% 이내까지 좁히며 여전한 위상을 뽐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달리 LG전자는 구 부회장의 결심으로 지난 3일 1조621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상당부분을 스마트폰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주력 사업 살리기에 나섰다.
 
또 기존 연구인력에 대한 재배치 등을 통해 스마트폰 개발에 부합하지 않는 인력을 빼내고 새로운 인력을 충원해 최소한의 스마트폰 개발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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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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