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후중기자] "서울 시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원순 시장입니다. 제가 시민 여러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시죠? 제가 보니 35대 시장이던데 초대 시장은 46년에 됐고 반세기가 지났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동안 시장 집무실이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었답니다. 인터넷으로 생중계 되는 가운데 세계 최초 온라인 취임식을 함께 해주시는 시민 여러분 환영합니다."
제35대 박원순 서울시장은 16일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1동 7층에 있는 시장실에서 세계 최초의 온라인 시장 취임식을 열었다.
◇ 직접 홀로 진행한 '소통'의 의지
상기된 표정으로 직접 나홀로 진행에 나선 박 시장은 취임식을 진행하며 기존의 시장실과 바뀐 모습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 현황판이 있던자리에 설치된 벽보판에 대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으로, 선거기간 중 많은 시민들이 자신의 바람을 포스트잇으로 붙여줬다"며 "시간이 될 때마다 여기 붙은 시민들의 글을 보며 시민들의 간절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집무실 시장 의자 앞에 마련된 고급의자에 대해 "이것은 시민 시장의 의자로 집무를 볼때나 회의를 할 때마다 시민이 앉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틈이 나면 '1일 시장'을 모셔서 의정을 처리하는 내내 다 보여주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이어 책을 한 권 들어 "이 책은 독일이 통일하면서 수도를 본에서 베를린으로 옮긴 과정을 기록한 책"이라며 "누구 한 사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토론 끝에 결정된 과정이 모두 기록되어있다"고 소개했다.
박 시장은 "그처럼 시정은 수많은 회의를 거쳐 가장 상식적인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시장 취임 첫날부터 서울시 직원이 시장실에서 모든 걸 기록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시장실을 안내하면서 서울 지하철에 대한 아이디어도 언급했다.
희망제작소 재직 때 '지하철 높낮이 손잡이'를 서울 지하철에 도입시키기도 했던 박 시장은 "과거 전 세계 도시를 다니며 어떻게 하면 우리 서울 지하철이 좋아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며 "지하철에 관련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로 서울의 지하철을 세계 최고의 지하철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은 '일중독'으로 유명한 자신과는 달리 "공무원들은 쉬면서 일을 해야 창조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며 시장실에 딸린 휴식공간을 소개하며 "시장실에서 자면서 일을 하면 좋겠지만 서울시 공무원들이 제대로 쉴 수 없을까봐 가능한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사람 냄새 나는' 취임사
시장실 소개가 끝난 후 이어진 취임사에서 박 시장은 "심해지는 전세난과 줄어가는 일자리, 시름이 깊어가는 재래시장과 골목상권 등 모두 새로운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슨 취임식인가 스스로에 물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무엇보다 복지 시장이 되겠다"며 "강남북 어디에 살던 균등한 삶의 질과 최소한의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사람 냄새 나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친환경무상급식에 이어 국공립보육시설 확대, 여성과 장애인의 지위 개선, 시니어의 보호와 일자리 제공 등 사회가 맡아야할 복지는 공짜도 낭비도 아니다"라며 "복지는 인간에 대한 가장 높은 이율의 저축이며, 미래에 대한 최고수익의 투자"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복지냐, 성장이냐의 이분법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며 "지난 10년 동안 오히려 복지가 성장을 견인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끝으로 "서울시장으로서 가난한 사람과 부자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생태 그대로의 자연이 숨 쉬는 도시, 역사의 향기와 삶의 추억들이 되살아나는 고향 같은 서울을 꿈꾼다"며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취임식에 서울시의회 의장단과 함께한 허광태 시의회 의장은 "와서 보니 방도 많이 달라졌다"며 "시장의 마음에 시민의 마음이 담아진게 아닌가 생각한다. 앞으로도 시민을 향해 힘차게 가길 바란다"고 축하했다.
약 40분간 이어진 온라인 취임식을 마치면서 박 시장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깜짝 이벤트가 또 마련되어 있습니다"라며 "지금 바로 덕수궁 대한문 앞으로 제가 직접 나가 시민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직접 드릴 테니까 잠시 후, 밖에서 만나시죠"라며 손을 흔들었다.
한편, 이날 취임식은 인터넷 포털 네이버와 다음TV팟, 네이트, 파란을 비롯해 아프리카TV, 판도라TV, 올레온에어와 오마이뉴스, 노컷뉴스 등 언론사 홈페이지에서도 생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