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테마주, 그 시작과 끝은?

입력 : 2011-11-22 오후 3:56:43
[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유력 대선주자와 수혜주를 연계시킨 '정치인 테마주'가 증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거철마다 증시의 단골메뉴로 등장했다가 사라지곤 했던 정치인 테마주는 최근 종류가 크게 늘어나는 한편 이슈화시키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예전과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시에서 수많은 투자자들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던 정치 테마주의 탄생과 소멸 과정이 새삼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 정치 테마주, 수혜 기대감에 '우후죽순'
 
정치인 테마주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대선 때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주자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선두권을 달리자 그가 공약으로 내세운 대운하 사업 관련주들이 급등했다.
 
대표적인 대운하 수혜주로 분류됐던 이화공영(001840)은 2007년 초 주가가 1000원대에 불과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3만1000원대로 치솟았다. 또 다른 대운하 관련주인 C&S자산관리(032040)(신천개발) 주가 역시 같은해 7월 4000원대에서 5개월만에 3만1000원대로 급등했다.
 
최근에는 차기 대선이 1년 이상 남았는데도 대선 관련주들이 증시를 흔들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친인척이 관계된 것으로 알려진 EG(037370) 주가는 올해 9월 1만9000원으로 바닥을 찍고 한달만에 2만9000원까지 올랐다. 박 전 대표의 정책 수혜주로 분류된 보령메디앙스(014100)는 올해 6월만 해도 주가가 1만1000원대였지만, 한달만에 2만8000원대로 급등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의 인기와 맞물려 안철수연구소(053800)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안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돌았던 9월 초 3만4000원대였지만, 그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던 10월24일 10만7000원을 돌파하며 기염을 토했다.
 
또 다른 예비 대선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던 대현(016090)은 지난 7월 1200원에 불과했던 주식이 8월 말 4200원대로 급등하기도 했다.
 
◇ 거품 빠지면 대부분 '폭락'..당국 대책에 관심
 
정치 테마주는 과거에는 선거철을 앞두고 반짝 생겼다가 없어지는 패턴을 보였다면 최근에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장기화되는 게 특징이다.
 
문재인 관련주로 주목받았던 대현의 경우 회사 관련자가 문 이사장과 함께 찍은 것으로 잘못 알려졌던 사진 한 장 때문에 테마주로 분류돼 단기간에 가격이 치솟았을 만큼 '묻지마식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치 테마주는 종목 자체의 실적이나 전망 등 본질적 가치와 상관없이 특정 정치인과 연계됐다는 소문이나 기대감 만으로 주가가 오르다보니 거품이 빠지자마자 급락하는 게 보통이다.
 
이화공영은 3만1000원대에서 7500원대로 급락하는 데 불과 한달도 걸리지 않았으며, 이후 주가는 4년간 꾸준한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최근에는 2900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보령메디앙스는 2만8000원대에서 두달만에 1만3000원대로 하락했다. 대현 역시 주가가 급등한 뒤 한달만에 4분의1 토막이 났다.
 
금융당국은 정치 테마주의 부작용이 커지자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선 관련주나 대북 테마주 등이 잠시 생겼다가 소멸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며 "고의적으로 루머를 흘리는 전문세력이 있는지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별 계좌단위로 이상 거래가 포착되는 것들을 추려낸 뒤 불법성 여부를 판단해 관계당국에 통보할 예정"이라며 "한 달 안에 1차 실태조사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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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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