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미정기자] 영업정지로 문을 닫은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점거 농성을 시작한지 24일로 200일째를 맞았다. 사법당국은 불법 대출 등 비리 혐의에 대해 수사를 마쳤고 혐의자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이지만,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마련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을 만나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편집자]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의 결심공판 재판정에서는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은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로부터 징역 7년에 추징금 1억5000만원을 구형받았다.
이날 법정을 가득 메운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은 박 회장이 "억울하다"고 말하자 분을 참지 못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거세게 항의했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재판이 있는 날마다 일주일에 한 두번 꼴로 상경해 이렇게 재판을 지켜본다.
◇ "비리 대주주 무기징역 받게 하고픈 심경"
오전 공판이 끝난 후비대위는 오후 공판이 있기 전 점심시간을 이용해 수원에 있는 민주당 김진표 의원 사무실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정무위 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인 해결 대책을 제시하지 않아 항의차 방문하는 길이었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우리 목소리에 그나마 귀를 기울였던 야당마저 현재 손을 놓고 있어 부아가 치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옥주 부산저축은행 비대위 위원장은 "보해, 전일 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피해자들과 함께 민주당 중앙당사 등을 방문해 항의하고 있다"며 "아무리 FTA 등의 사안이 있다해도 (저축은행 피해자 대책 등에 대해) 미룰 일이 아닌 데 국회의원들이 회의에도 제대로 참석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안이 남발되기도 했으나 항의 점거를 시작한 지난 5월9일 이후 현재까지 어떠한 대책도 실현되거나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오늘 재판에 있었던 박형선씨 뿐만 아니라 대주주와 임원들이 모두 정치권 로비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다"며 "(진실을) 밝히면 자신들이 형을 더 받을 까봐 몸을 사린다"고 답답해 했다.
김 위원장은 "오전에 있었던 재판에서 박형선씨가 '억울함이 없도록 판단을 바란다'고 했는데 그 말에 화가 나서 재판장에서 언성을 높였다"고 전했다.
그는 "저축은행 사태가 용두사미로 끝났다고 평가해도 법정에서는 여전히 증거자료로 비리를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주주와 임원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모든 비리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으면 우리는 이들이 무기징역까지 받도록 탄원서라도 쓸 것"이라고 말했다.
◇ 불법투자와 대주주 비리 재판 '진행 중'
검찰은 지난 2일 부산저축은행 비리에 대한 수사를 8개월만에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 임직원과 로비스트, 전·현직 공무원, 정관계 인사 76명이 기소됐다.
하지만 캄보디아 불법 투자와 대주주 비리에 대한 재판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7조원대의 비리를 저지른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재판은 지난 6월23일 처음으로 열렸다. 이 자리에는 불법대출, 배임, 횡령,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과 대주주, 주요 임원들이 있었다.
이들은 120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총 4조5942억원의 사업자금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를 받았다.
특히 부산저축은행은 캄보디아에 5000억원이 넘는 불법대출을 해 2840억원의 달하는 돈으로 '캄코시티' 사업을 벌였지만 분양률이 23%에 불과해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이와 함께 추진하던 공항 건설 사업도 중단되면서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예금보험공사 사절단이 캄보디아에 파견되기도 했다.
공사를 맡은 2개 시행사 랜드마크월드와이드(LMW) 이상호 대표와 리스에이앤에이(LAA) 이태환 대표가 불법대출 및 사업자금 유용혐의로 지난달 구속됐지만 사업권을 포기하지 않아 캄보디아 사업은 미궁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