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銀점거200일)②불완전판매에 속은 피해자들 '생계문제 막막'

생계 어렵고 날 쌀쌀해지자 찾아오는 사람 줄어
대부분 60~70대 노인들, 도시락으로 끼니 해결
비대위 "전국 피해자들 모아 당국 상대 소송 준비 중"

입력 : 2011-11-25 오후 3:43:37
[부산=뉴스토마토 황인표, 박미정 기자] 영업정지로 문을 닫은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점거 농성을 시작한지 24일로 200일째를 맞았다. 사법당국은 불법 대출 등 비리 혐의에 대해 수사를 마쳤고 혐의자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이지만,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마련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을 만나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편집자]
 
 
올 봄에 시작된 자갈치 할매들의 분노는 갑자기 추워진 초겨울까지도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 5월 시작돼 25일로 점거 201일째를 맞은 부산 초량동 부산저축은행 본점 3, 4층에는 약 40여명의 50~70대 노인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점심 시간이 되자 삼삼오오 모여 집에서 싸 온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근처 복지관에서 주는 1000원짜리 밥을 사 먹기는 어르신들도 있었다. 
 
200일 넘도록 이번 사태에 대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자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감독당국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었다. 전국의 저축은행 피해자들을 모아 소송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불완전 판매로 고객 속여
 
이정숙(49)씨는 억대 돈을 부산저축은행에 맡겼다가 한 푼도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 돈은 그녀의 남편이 28년 동안 배를 타면서 모은 돈이었다.
 
이 씨는 “이 은행 지점장이 자기 통장까지 보여주며 ‘3개월마다 5년간 고정금리로 이자를 준다’며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상품은 은행이 망할 경우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후순위채 투자상품이었다.
 
이복임(62)씨 역시 비슷한 경우다. 은행 직원의 권유에 따라 일단 상품 가입 서류에 도장을 찍었지만 ‘위험한 투자상품’이란 경고 문구는 서류 뒷면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을 뿐이었다. 은행직원들은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고수익이 보장된다”고 고객들을 꾀었다.
 
두 경우 모두 전형적인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에 해당될 수 있다.
 
◇ 전국 피해자들 모아 소송 나선다
 
본점 2층은 오는 30일 영업재개를 앞두고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1층에는 일부 직원들이 나와 영업을 준비 중이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부산상호저축은행의 영업인가를 취소하고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예솔저축은행으로 자산과 부채 일부를 계약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30일부터 본점을 포함한 4개 지점에서 5000만원 이하 예금자들은 개산지급금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 이상 예금자들과 후순위채권 피해자들의 보상은 아직까지 요원한 상황이다.
 
김옥주 부산저축은행 비대위 위원장은  “점거가 200일을 넘기면서 생계도 어려워지고 날까지 쌀쌀해지다보니 은행에 나오는 피해자들이 적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음 주 변호사들과 만나 감사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에 대한 민사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은 물론 목포 등 전국의 저축은행 피해자들을 모아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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