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연기자] 최근 펀드 판매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우량 농협조합 펀드 판매가 허용됐다. 그러나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8일 금융위원회는 자산운용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농협 조합 등에 대해 펀드 판매업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다만 펀드 불완전 판매 위험 때문에 지역농협 중에서도 자기자본 100억원 이상이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0% 이상 요건을 충족하는 110여 곳만 우선 인가 대상으로 정했다. 현재는 지역농협을 제외한 농협중앙회에서만 펀드 판매가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농협 계열사인 NH-CA운용만 수혜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 농협 조합 내 NH-CA운용의 펀드 판매 비중을 30% 이내로 규정했다.
또 중위험 이하의 머니마켓펀드(MMF)와 채권형펀드, 채권혼합형 펀드 등에 대해서만 판매 인가를 낼 방침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이번 판매처 다각화 방안이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국내 펀드 시장의 주를 이루는 국내주식형펀드의 판매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 지역농협의 펀드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지역농협이 군이나 면소재의 작은 농협이 대부분인데 이 곳을 판매처로 연다고 해서 펀드 판매가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지역농협도 똑같이 자격증이 있어야 펀드 판매가 가능한데 주식형펀드만 제한을 둔다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이미 펀드를 판매 중인 농협중앙회의 펀드 판매액은 4조9000억원으로 총 예수금 146조원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지역농협은 농협중앙회보다 지점수는 4배 많지만 예수금 규모는 1.5배 많은 207조원에 그친다. 즉, 예수금 규모만 봐도 농협중앙회보다 열세인 지역농협에 주식형펀드 판매까지 금지된 것이다.
농협 계열사로 수혜가 예상됐던 NH-CA운용 역시 개인 투자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NH-CA운용 관계자는 "이번에 판매가 허용된 중위험 이하의 펀드들은 대개 법인을 대상으로 판매된다"며 "개인 투자 규모가 미미한 펀드들이어서 판매가 많이 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앞서 최상국 NH-CA운용 사장도 지난 10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역농협이 4000여개로 농협중앙회의 4배 규모인데도 예금 규모는 중앙회보다 조금 많은 정도"라며 "지역농협은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만큼 채권형이나 혼합형 등 안정적인 상품 위주로만 판매가 가능해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수탁고가 많이 늘어나기를 기대하진 않는다"며 "펀드 판매 채널 다각화를 위한 걸음마를 내딛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