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BTL(Build-Transfer-Lease) 방식으로 전환하고, 민간투자를 통해 공급된 임대아파트를 보금자리주택 공급실적에 포함시키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12일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최근 막대한 부채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자금난을 고려해 내년 서민주거안정 방안으로 계획된 임대주택공급 물량을 BTL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BTL이란 민간자본으로 공공시설을 건설한 뒤 국가나 지자체에 소유권을 이전하고, 리스료 명목으로 20~30여년간 공사비와 일정 이익(국채수익률+α)을 분할 상환받는 민자유치 방식을 말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통상 30년 단위인 계약기간 동안 국고를 민간업체에게 지원해 임대료 수익을 지원하고 기간이 종료되면 다시 정부가 매입하는 방식의 장기적 주택사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향후 30년간 민간 건설업체의 꾸준한 임대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국고로 지원금이 보조된다는 의미다. BTL 방식이 실제로 국민임대주택 건설에 실제로 활용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재정부는 일반 세입자 입장에서 임대료는 국민임대주택과 동일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큰 수익성이 없는 사업이기 때문에 시공비용과 운영비가 국고로 보조되는만큼 세입자와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손해볼 게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민간투자를 통해 공급된 임대주택물량을 보금자리공급주택으로 포함시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재정부와 국토부는 그동안 BTL을 통해 공급되는 물량을 보금자리주택 공급통계에 포함시킬 것인지를 두고 대립각을 드러낸 바 있다.
재정부는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보금자리주택 관련 개정안을 내년 중에 통과시켜 오는 2015년까지 80만가구 임대주택 공급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즉 이번 BTL 방식 도입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기존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양적으로 보완하는 측면으로 풀이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확한 물량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VFM 테스트(타당성 검토)를 거친 뒤 통과된 사안에 대해서만 시행할 예정"이라며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충분하지는 않아도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 경실련 "주거복지 외면, 건설업계 퍼주는 정부 '꼼수'", 건설업계도 "글쎄"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연합은 "BTL 방식의 임대주택공급은 말도 안되는 정책"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당연히 해야할 몫인 국민임대주택을 민간 건설업체의 수익성을 보장하며 사업영역을 물려주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감시팀장은 "LH는 사실상 늘 부채덩어리였고, 최근 막대한 부채를 떠앉고 있는 건 임대주택을 때문이 아니라 참여정부 시절부터 방만한 경영과 투자 실패, 수요예측실패 등으로 얻은 경영상의 부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국민임대주택은 과거 김대중 정권부터 꾸준히 후퇴만 되어왔고 현실적으로 서민 주거안정과 가장 밀접한 부문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임대주택물량을 일부 보금자리에 포함되며 그래서 사실상 꾸준히 감소해온 격"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영구임대인 국민임대주택과 달리 BTL 방식의 임대주택은 실질적인 운영을 민간업체가 담당하기 때문에 임대수익률에 따라 계약기간이 건설업체 '입맛'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반면 정작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지자체 및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상당수의 입찰방식인 BTL이 오히려 자금유동성이 풍부하지 못한 중소 건설업체들에는 '쥐약'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선비용을 투자한 후 경쟁하게 되는 BTL 특성상 공사추진과정에서 설계변경이 허용되지 않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사업에 구태야 참여하려는 업체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금 유동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공공부문 발주 물량의 상당수가 BTL로 추진되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지역 건설업체들이 참여를 꺼린 바 있다.
게다가 주택공사가 집행하는 아파트 건설사업의 낙찰률이 예가 대비 65%선이고 BTL은 이보다 낮은 수준에서 우선협상권 확보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실제 공사비용의 50~60%선에서 공사를 해야하는 출혈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학교나 기숙사와 달리 임대주택의 경우, 장기적으로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갖춰지지 않으면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납세자 입장에서는 정부와 LH가 일시적으로 자금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 이외에는 민자유치를 통한 보금자리주택 건설이 갖는 장점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