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면허'된 원전시공 면허, 건설사 "언제 써보나"

日원전사고 여파에 법정관리 신청까지 험난한 가시밭길

입력 : 2011-12-16 오후 3:41:29
[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지난해부터 계속됐던 건설사들의 원전시공 면허 '인증붐'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여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잇따르고 있으나 국내 원전사업 지연과 건설사들의 법정관리 신청까지 더해지면서 이른바 '장롱면허'로 전락할 판이다.
 
16일 대한전기협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도 건설사들의 KEPIC(전력산업기술기준) 인증 획득이 잇따르면서 원전 사고 이후에만 8개 건설사가 KEPIC 인증을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KEPIC(전력산업기술기준)과 ASME(미국기계학회)는 국내외에서 원전 시공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인증이다.
 
국내 KEPIC 인증을 받은 건설사는 현대건설(000720), 삼성물산(000830), GS건설(006360), 대우건설(047040), 대림산업(000210), 포스코(005490)건설, SK(003600)건설, 금호산업(002990), 롯데건설, 두산건설(011160), 동아건설산업, 삼부토건(001470), 동양건설(005900)산업, LIG건설 등 23곳에 달한다.
 
이어 울트라건설(004320), STX(011810)건설, 한진중공업(097230), 극동건설 등 8개사가 추가로 KEPIC을 취득함에 따라 총 31개의 건설사가 원전을 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간 건설업계에서는 불황을 타개할 보증수표의 최우선으로 삼았던 '원전시공 자격증'이 일본 원전사고 이후 신규원전 건설 등의 원전사업들이 계속 지연될 뿐만 아니라 중견건설사들의 잇따른 법정관리 신청으로 이중고를 겪으면서 '장롱면허'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특히 최근 울진 원전 1호기가 멈춰선지 불과 12시간만에 고리 3호기가 가동을 멈추는 등 국내 원자력발전소가 잇따라 고장을 일으키며 국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확산돼 추가 신규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점도 악재다.
 
국내 원전시공사 관계자는 "올해 발주 예정이었던 국내 원전사업 뿐만 아니라 향후 원전 추가 계획도 방사능 공포로 반대 여론이 거세져 모든 발주가 무기한 연장돼 당분간 원전시장 진입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더구나 원전시공의 실적이 없는 건설사의 경우 원전시장의 신규 진입을 노리기 위해 KEPIC과 ASME 인증 획득에 나섰으나 실제 입찰참여 기회조차 잡기가 쉽지 않아 원전시장 진출까지의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원전시공 면허를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던 몇몇 건설사들이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가면서 원전 시장 진출이 더욱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전시공 실적이 부족한 이들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실적 보유 건설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하지만 어느 업체가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들 업체와 손을 잡겠느냐"며 "원전 투자계획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2009년부터 원전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KEPIC 인증 획득을 위해 힘써왔던 동양건설산업과 LIG건설, 삼부토건 등은 KEPIC 인증을 얻은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해 말부터 원전 TF팀을 별도로 구성하는 등 원전 시장 진입을 위해 준비해 왔던 LIG건설은 지난 3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현재는 원전 조직의 담당자도 없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대비해 국내 많은 건설사들이 KEPIC과 ASME 인증은 물론 관련 조직 신설과 외부인력 영입 등을 통한 원전사업 진출 토대를 마련했으나 일본 원전 폭발사고로 국내 신규 원전 건설마저 지연되고 법정관리가 잇따르면서 당분간 플랜트 시장 진입은 어려울 것 같다"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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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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