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경훈기자] 올해 날씨는 유난히 기복이 심했다. 4월까지 계속된 추위와 함께 여름에는 예년보다 비가 많이 내려 봄은 줄어들고 여름은 거의 실종됐다 .
게다가 패션업계 성수기로 볼 수 있는 겨울에는 11월말 지방의 낮 기온이 20도까지 올라가는 이상고온 현상까지 발생해 날씨와 크게 연동되는 패션 관계자들에겐 시련의 한해였다.
패션업체 관계자는 "올해는 사계절 뚜렷한 계절도 아니었으며 간절기도 없어 대응 전략을 짜지 못한 패션기업들은 상당히 고전했다"며 "앞으로 날씨에 따른 대비책을 잘 마련하는 것이 성공의 또 다른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개성이 강했던 궂은 날씨 속에 이에 속절없이 우는 기업들이 있던 반면 이에 잘 대비해 활짝 웃은 기업들도 있었다.
◇ 4월까지 계속된 추운 날씨..실종된 사계절
올 상반기 4월까지 계속된 추위로 봄 상품이 팔리지 않아 업체들이 고심이 많은 가운데
엠케이트렌드(069640)는 겨울 상품들을 주축으로 성수기가 더욱 길어져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엠케이트렌드는 이번 상반기 전년동기 대비 매출 15%, 영업이익 17.7% 증가한 성과인 1126억원, 14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박현구 엠케이트렌드 총무팀 차장은 "4월까지 계속된 추위로 재킷 같은 외투들을 오랜기간 판매할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전년도 영업이익률(유형자산 처분 배제시 8%)과 비교 했을때 높은 영업이익률(12.7%)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덕스런 날씨를 예측해 생산물량을 조절해 계절특수를 누린 기업도 있다.
LG패션(093050)은 자체개발한 QR(Quick Response=반응생산) 시스템을 적용해 이번 길어진 겨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LG패션의 여성 브랜드 '모그'는 이 날씨 분석 시스템을 통해 탈부착 점퍼의 초기 물량을 예년에 비해 30% 가량 늘려 높은 판매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5월 부터 '기후대책 테스크포스(TF)팀을 조직, 날씨 경영에 나선
제일모직(001300)의 '빈폴' 역시 변덕스런 날씨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상반기 겨울 때는 이상한파 대비로 겨울 외투, 간절기 아이템들의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65%, 94% 증가했다.
또 이번 겨울 포근한 기온을 정확히 예측, 경량 다운, 패딩점퍼등을 1만장씩 추가 생산해 빈폴멘즈는 외투 부분 전년동기대비 20% 고신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박성교 LG패션 모그 차장은 "여성복, 남성복을 비롯해 캐주얼 등 복종을 불문하고 제품 기획에 변덕스런 기후 변화를 고려해 반응생산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으며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설명했다.
◇ 유난히 길었던 장마..레인부츠 하나의 패션 트렌드로
7~8월 동안 계속 내린 폭우로 인해 일반 의류 업체들은 울상이었지만 레인코트, 레인부츠 등 장마대비 아이템을 파는 업체들은 때 아닌 특수를 누렸다.
레인부츠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가운데 아웃도어 업체들도 이에 질세라 디자인을 입힌 레인코트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고무 부츠 사업으로 시작, 고무부츠로 유명한 신발 브랜드 에이글(AIGLE)은 비가 유난히 많이 왔던 6~7월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200% 급증했다.
6월 일찍 찾아온 태풍 메아리의 영향으로 레인부츠 1차 물량이 모두 동이 났으며 긴 장마로 지난해 대비 레인부츠는 2배, 레인코트는 5배 물량을 늘린 가운데 모두 완판되면서 크게 성장했다.
한기주 에이글 영업팀 차장은 "지난해 레인 아이템이 패션 트렌드가 되기 시작하면서 올해 물량을 늘렸다"며 "잦은 폭우로 인해 실용적인 이유로 찾는 소비자까지 늘면서 보유하고 있던 대부분의 제품을 판매하는 대기록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올해의 패션 아이콘인 아웃도어도 캐주얼한 레인코트들을 선보이며 재미를 봤다.
코오롱스포츠는 캐주얼 스타일을 살린 레인코트를 출시하는 한편 K2는 '컴포트 레인코트', 블랙야크는 고급 원단을 사용한 'IS코트'등 실용성과 디자인을 겸비한 성인용 레인코트들을 판매했다.
정철우 K2 의류기획 팀장은 "기존 아웃도어에서는 등산용 우의만 나왔다면 올해부터는 일상용으로 레인코트가 많이 출시됐다"며 "특히 여름내내 비가 오는 바람에 호응도 좋았다"고 밝혔다.
◇ 초겨울까지 이어진 고온현상..백화점 업계 '울상'
긴 장마로 고생했던 여름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가을마저도 길어져 의류업체들은 겨울옷 판매가 줄어 시름이 깊었다.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아 보다 많은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자켓, 패딩, 아우터가 따뜻한 날씨탓에 잘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절적 특이 현상은 의류의 비중이 높은 백화점의 매출에 큰 타격을 안겼다.
지식경제부의 '11월 주요유통 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백화점의 전년동월대비 매출증가율이 올들어 처음으로 역신장하는 부진한 모습이었다.
여성정장과 남성의류, 여성캐주얼 등 판매가 부진해진 것이 백화점 매출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따라 백화점 업계들은 사상 처음으로 송년세일을 17일 동안으로 연장했으며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다운점퍼 할인에 들어가는 등 관련 업계들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올해 추운겨울을 예상, 지난해 보다 겨울상품 생산량을 30~40% 늘렸지만 예년보다 따뜻했던 11월 날씨 영향으로 방한의류 매출이 저조했다"며 "재고 해소를 위해 큰 할인행사를 마련했으며 이달들어 추운날씨가 이어지고 있어 어느정도 매출부진이 해소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