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연기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 시장 선점이다.
대개 1위 기업들은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한 사업자일 경우가 많다. 스테플러가 ‘호치키스’로, 접착용 셀로판테이프가 ‘스카치 테이프’라는 고유 상표명으로 혼용돼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급성장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으로 삼성자산운용의 KODEX를 먼저 떠올리게 된 배경에도 이 같은 시장 선점 전략이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ETF 시장 1위이기 전에 시장 1호다. 삼성운용은 지난 2002년
KODEX 200(069500)을 상장해 국내 ETF 시장을 개척했다.
1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삼성운용의 ETF 순자산액은 5조6794억원으로 전체의 55.77%를 차지해 독보적인 1위다.
하지만 시장 선점 만으로 모두 1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자산운용은 2002년 삼성운용과 동시에 국내ETF 1호인 KOSEF200을 상장하고도 현재 순자산 규모(1조483억원)에서 삼성운용과 큰 차이가 난다.
ETF 시장 진입은 빨랐지만 이후 여러차례 회사 주인이 바뀌는 큰 변화를 겪으며 상품 관리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우리운용은 럭키투자자문회사로 출발해 1996년 LG투자신탁운용회사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처음 운용사의 면모를 갖추었다.
그러나 2005년 LG투신운용과 우리투신운용이 합병하면서 주인이 LG그룹에서 우리금융그룹으로 바뀌었고 이후 유럽계 금융회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와의 합작사 ‘우리CS자산운용’으로 변모했다가 2009년 현재 형태를 갖췄다.
회사 변화에 따라 주식형ETF 운용책임자도 2002년 이후 현재까지 세 차례나 바뀌었다.
반면 삼성운용은 10년 전 ETF 첫 상장 당시 책임자였던 배재규 상무가 지금까지 ETF 운용본부장을 맡아 운용을 총괄하고 있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ETF 운용에 합류하게 된 사봉하 ETF 팀장을 비롯한 운용역도 대부분 그대로이고 마케팅 역시 꾸준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자산운용의 성공 배경에는 시장 선점과 함께 조직 안정성과 꾸준한 마케팅, 브랜드 등이 있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펀드평가사 관계자는 “ETF는 매니저의 운용스킬이 다소 배제되기 때문에 적절한 상품출시와 선점효과, 마케팅 역량이 중요하다”며 “조직의 안정성이 갖춰진 삼성자산운용은 인버스 ETF도 가장 먼저 출시하는 등 시장 니즈를 파악하고 복합적으로 잘했다”고 평가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도 “사람들은 보통 한번 뭘 시작하면 잘 안 바꾼다”며 “초기 시장에 진입한 삼성운용이 브랜드를 잘 유지하고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펼쳤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