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우리나라가 이란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것에 대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이란의 핵문제 해결을 위해 이란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데 공감했다.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노력이 이뤄지는 가운데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해야 할 정부로서는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라는 미국 측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다.
미국으로서는 우리나라에 잠재돼 있는 반미 기류를 신경쓸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미국은 양국간 협의에서 이란산 원유 수축 규모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현실적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갈 것에 대비해 수입 감축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방향을 맞출 예정이다.
18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조찬 간담회에서 "이란 수출이 완전히 금지되거나 극단적으로 가지 않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겠다"라며 업계를 안정시키기도 했다.
◇美 "이란 제재 협조해달라"..공식적으로 첫 요구
지난 16~18일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이란·북한제재조정관 등 미국측 대표단이 대이란 제재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을 둘러싼 미국의 압력과 우리 정부의 대응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아인혼 조정관은 방한하자마자 청와대 외교안보 핵심 참모인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을 만난 데 이어 전날 외교통상부와 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를 찾아 대이란 제재 동참을 강하게 요구했다.
앞서 아인혼 조정관은 김재신 외교통상부 차관보를 만나 "우리를 돕는 모든 파트너에게 이란산 원유 구매와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를 줄이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공식으로는 처음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을 촉구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측의 이란 핵 제재 동참요구에 대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미국측 요구를 받아들여 이란산 원유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지난해 말 이미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 수입이 절반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우리나라가 이란에서 들여온 원유는 63만9000톤으로 지난 11월보다 46.5% 줄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란 제재 흐름에 맞춰 업계가 도입량을 미리 줄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정유업체들은 재고 수준에 따른 일시적 감소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 "원유 단계적 감축에 대비"..'살길 찾는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란으로부터 약 9.7%의 원유를 의존하고 있다. 정부는 이란산 원유 수입이 감소할 것에 대비해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원유 확보에 나섰으며, 항로 다각화도 꾀하고 있다.
중동을 순방 중인 김황식 국무총리는 UAE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아흐얀 아부다비 왕세자와 면담을 통해 "필요시 한국에 원유를 우선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답변을 얻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 조치를 공식적으로 요구함에 따라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가운데 유사시 원유 확보에 대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한 관계자는 "원유를 수입하다가 중단하면 대체 도입선을 마련하기까지 오래 걸린다"며 "만일 대체 도입에 성공해도 유종이 바뀌며 경제성이 저하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대신 사우디와 오만의 항로로 이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미국의 제재로 인해 원유를 수출할 수 없게 되면 다른 중동의 산유국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수출할 수 없도록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 수송의 전략적 요충지로, 세계 유조선의 약 40%가 지나간다. 지경부에 따르면 해협을 봉쇄할 경우 우리나라는 중동 교역 1050억달러 규모의 차질이 생긴다.
한국 원유 수입액 800억달러 중 82%가 중동산이기 때문에 피해가 막대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홍해 연안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 젯다항과 아라비아해 연안의 오만 살랄라 항으로 우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지경부 한 관계자는 "현재 이란에 대해서는 그 어떤 말도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