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ELW 공판중 검찰과 변호인의 대화>
(변호인) "검찰이 제출한 분석자료 '일반투자자 미체결건수' 중 99.8%가 스캘퍼(초단타매매자) 거래더라"
(검찰) "스캘퍼라고 말하는 그 근거가 뭔가? 누가 스캘퍼 기준을 규정하는건가?
(변호인) "변호인은 매매자가 하루에 100회 이상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했으면 스캘퍼로 봤다."
(검찰) "검찰은 매매자가 하루에 ELW를 300회 거래한 경우까지 일반투자자로 간주한다"
◇"스캘퍼간 경쟁" vs "스캘퍼에 밀려 일반투자자 기회 상실"
스캘퍼에게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12개 증권사 중 나머지 5개 증권사의 ELW 재판 변수는 '스캘퍼의 기준'을 규정할 재판부의 판단에 달렸다.
지난 12일 검찰은 신한금융투자증권 등 증권사의 선고기일을 앞두고 갑작스레 '2년6개월간 일반투자자와 스캘퍼의 증권사별 ELW 거래 데이터' 분석자료를 제출했고, 이에 변호인은 "추가로 심리할 필요가 없는 무의미한 자료"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스캘퍼의 주문이 일반투자자의 거래에 영향을 끼친다는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라는게 검찰의 주장이지만, 변호인은 '검찰이 제시한 분석자료에서조차 미체결된 거래의 매매 당사자는 스캘퍼가 대부분이다. 즉 스캘퍼끼리 경쟁한 것"이라고 맞섰다.
이같은 변호인의 주장은 검찰이 제출한 자료 중 '미체결 건수의 99.8%가 스캘퍼'라는 의견에서 비롯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한창훈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현대증권과 이트레이드 증권에 대한 결심공판 기일에서 현대증권 측 변호인은 "검찰의 새로운 증거자료는 대신증권의 모집단을 확대한 자료일뿐 통계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이어 "검찰 자료에 의하면 스캘퍼와 일반투자자간 2660개의 이해충돌 구간이 생긴다. 이 중 382개는 현대증권에서 거래한 ELW 내역인데 375개는 스캘퍼끼리 싸운것이며 나머지 7개중 5개도 스캘퍼의 거래"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트레이드 측 변호인 역시 "검찰은 '스캘퍼 주문이 일반투자자의 거래에 영향을 준다'는 공소사실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변호인이 생각하기에 하루에 몇 회 ELW 거래를 해야 스캘퍼인가"라고 되물었다.
'하루에 100회 이상 ELW 거래를 했으면 스캘퍼'라는 변호인의 답변에도 검찰은 "그건 변호인의 주장일 뿐, 규정된 건 아니지 않는가. 검찰은 하루에 300회 ELW를 거래한 경우도 일반투자자로 간주한다"고 맞섰다.
그러자 재판장은 "검찰과 변호인이 서로 생각하는 기준에서 스캘퍼라고 규정짓는 것이니, 이 부분은 더이상 언급하지 말라"라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대신증권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판결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대신증권 재판부의 '스캘퍼와 일반투자자간 이해상충 구간' 분석 수치는 잘못됐다"고 운을 뗐다.
검찰은 대신증권 재판부가 제시한 일반투자자 거래의 기회상실 가능성 0.008% 수치는 단지 3개월 간의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이지만, 검찰이 이번에 실시한 12개 증권사별 2년6개월간 전체 거래내역 분석 내용에 의하면 대신증권 재판부와는 전혀 다른 분석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앞서 신한금융투자증권 등에 대한 선고기일로 예정됐던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여백(여의도 백화점)팀'이 ELW 가운데 거래한 한 종목의 하루 분량 데이터를 재판부에 제시하며 "스캘퍼의 주문이 나간 이후 1초 주문 사이에 LP의 호가가 변경되는 경우가 80%, 2초 사이엔 100%"라고 설명했다.
◇검찰 "분석자료 제출 늦어진 건 변호인 탓"
선고만을 앞둔 시점에서 검찰의 분석자료가 제출된 것을 둘러싸고 검찰과 변호인간 책임 공방도 오갔다.
현대증권 측 변호인은 "검찰은 유죄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 기소했어야 했다. 증권사들은 수사 단계부터 법원 선고까지 1년여간 시달리고 있다"며 "검찰의 보강수사 때문에 피고인들이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대신증권에 무죄를 선고한 27부의 김형두 재판장도 "검찰에서 추가로 제출하려는 'ELW 거래유형' 분석 보고서는 수사 초기 단계에서 이미 이뤄졌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분석자료를 늦게 제출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은 오히려 변호인의 탓이라고 맞받아쳤다.
검찰은 "대신증권 측 변호인이 검증되지 않은 증거자료(대신증권 ELW 거래 내역)를 제출했기 때문에 재판부가 잘못된 근거로 판결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어 "변호인이 재판과정에서 제출했던 분석자료에 근거한 '스캘퍼와 일반투자자간 이해상충 가능성 0.008%'를 반박하기 위해 검찰은 따로 코스콤과 증권사에 ELW 거래내역에 관련된 사실조회를 신청했어야 했고, 1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많은 양을 새롭게 분석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대신증권과 한맥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에 대한 선고기일에 앞서 'ELW 거래내역 분석결과'가 나올때까지 선고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여러번 각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채 '잘못된 근거'를 토대로 선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검찰과 변호인 간에 한치의 양보 없는 공방이 계속되자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은 서로 쳐다보면서 이야기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앞서 대신증권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2010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3개월간 대신증권에서 이뤄진 ELW 거래 내역을 분석해 '유동성공급자(LP)는 기초자산가격 변동 이후 0.028~0.036초 이내에 ELW 호가를 변경'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27부는 '스캘퍼가 빠른 속도를 이용해 LP호가 직전 물량을 선점함으로써 일반투자자의 매매기회가 상실되는 구간은 0.008~0.016초 정도의 구간'이며 '이 중에서 일반투자자 주문의 기회상실 가능성이 제기된 부분은 0.008%'라고 밝힌 바 있다.
또 27부는 '대신증권을 이용하는 일반투자자가 ELW 거래를 하는 데 있어서 이 사건 스캘퍼들로 인해 거래 기회를 상실하는 경우는 실질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스캘퍼끼리 싸운 것" 변호인 반격, 설득력 얻을까
앞서 대신증권 등 7개 증권사를 심리했던 재판부가 근거로 삼은 'ELW 거래내역 분석결과'가 잘못됐다는 검찰의 주장이 아직 유무죄 여부 결론이 나지 않은 재판부에 받아들여지다면 이들에 대한 선고결과는 이전 증권사와는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혹여 오늘 20일과 31일로 각각 예정된 이트레이드증권 등 5개 증권사에 대한 선고가 연기되고 공판이 재개될 경우 이들 증권사에 대한 본격적인 심리는 법원의 인사이동이 지난 후인 3월 이후로 미뤄질 예정이다.
반면 재판부가 '검찰이 제출한 분석자료 가운데 매매가 체결되지 못한 것으로 나오는 투자자 역시 스캘퍼'라는 변호인의 의견을 받아들일 경우 재판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모든 증권사에서 무죄가 선고된다면 검찰은 항소심 재판에서 1심 판결을 뒤집을 보다 결정적인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ELW 관련 재판은 지난해 6월 검찰이 스캘퍼에게 부당한 수단을 제공한 혐의로 12개 증권사 대표와 임원, 스캘퍼 등 모두 50여명을 기소하면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