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정부가 대형 유통업체의 판매 수수료율을 해마다 공개하기로 했다.
판매수수료가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되도록 유도해 대형 유통업체의 부당한 상품가격 상승을 막고 물가 부담도 줄여보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 유통업계는 시장경제 논리에 반하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 "과도한 수수료로 인한 악순환 끊을 것"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대형 유통업체의 과도한 판매수수료는 중소 납품업체의 이익을 줄여 품질을 떨어뜨린다"며 "이는 결국 판매 부진과 수수료 인상의 악순환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형 유통업체 수수료와 판촉사원 인건비 등 납품업체의 추가부담 실태 등을 매년 공개하기로 했다.
시장 원리에 의해 수수료가 합리적으로 결정되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수수료 인하를 빌미로 중소 납품업체들의 추가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백화점과 TV홈쇼핑의 판매수수료율은 보통 30%를 넘는다. 특히 해외 명품이나 대기업에 비해 중소납품업체의 수수료율이 많게는 15% 이상 높은 편이다. 수수료율이 높으면 중소기업의 마진이 줄어 신제품 개발이나 판촉 확대에 나서기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백화점·홈쇼핑·대형마트 등 11개 유통업체가 중소납품업체의 판매 수수료율을 3~7%포인트 낮추는 데 성공한바 있다.
올해 1월부터는 7개 유통업체가 중소납품업체 수수료를 0.5~5%포인트 내리는 데 동참했다.
정부는 올 상반기에 유통업체 대표들이 판매 수수료 인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할 방침이다.
몇 개의 중소 납품업체가 도움을 받았는지 점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판매수수료 인하가 실질적인 도움이 됐는지 등 질적인 측면도 함께 살펴볼 계획이다.
◇ 유통업계 "판매수수료 영업기밀..지나친 개입"
이에 유통업계는 상생협력을 위해 판매 수수료 인하에 동참한다면서도, 판매 수수료율 공개는 기본적으로 영업 기밀이라며 과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올해 총선·대선 등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자영업자의 경쟁자인 대형 유통업체를 때리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판매수수료는 유통업체의 영업비밀"이라며 "이를 매년 공개하라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중소업체의 판매수수료를 낮췄지만 이것이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수수료 인하 기간을 '무기한'으로 열어두고서 인하안의 이행 여부와 납품업체의 추가 부담 추이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백화점에 근무하는 A씨는 "정부가 유통업을 통틀어서 수수료라는 잣대로 압박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사업 의지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대형유통업체와 중소업체의 상생이 목적이라면 수수료뿐 아니라 다른 방면에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