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마트에서 대폭 할인해서 파는 물건 외에는 별로 가격이 내렸다고 느끼지 못했다. 여전히 물가가 높아 장 보는 내내 무엇을 사야하나 하고 한숨만 나왔다."(창동, 50대 주부)
#"성과급이 200% 나온다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고물가 탓에 결국 취소됐다. 1년동안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일했는데 보람이 없다. 고물가에 살림살이는 힘들어지고..설 명절 제대로 느낄 수 없다."(창천동, 30대 중소기업 직장인)
정부가 설 기간 중 주요 농축수산물을 집중 공급하면서 가격 안정에 전력을 다했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일부 과일을 제외한 배추, 고등어, 돼지고기 등 대부분의 농축수산물이 설이 가까워짐에도 하락세를 보여 다행"이라며 "올해 차례상 비용은 18만원 수준으로 지난해 보다 7%가량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설 기간 장을 본 주부들은 여전히 물가가 높다며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을 느꼈고, 지난해에 비해 낮아진 차례상 비용도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실질 소득이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설 물가는 안정세..체감물가는 "글쎄"
정부가 새해 들어 설 성수품에 대해 강도 높은 점검과 공급 확대 등 전방위 관리에 나서면서 주요 16개 설 성수품 가격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대부분 하락하거나 보합세를 보였다.
그러나 설 차례상을 지낸 주부들은 여전히 체감 물가가 높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 설 명절에 차례상 준비를 한 이 아무개씨는 "물가가 안정세를 보인다는 정부발표에 믿음이 안간다"며 "지난해 중국산 조기가 8000원에서 1만원 안팎이었는데 올해엔 1만원에서 1만5000원까지 올랐고, 국산 민어도 지난해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지속되는 고물가 속에서 이미 전반적인 물가가 많이 올라있던 상태이기 때문에 몇몇 품목에 한정된 가격하락은 크게 실감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제상황이 좋아지지 않자 남편 월급은 제자리고 성과급도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취업포털 인크루트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상장사 성과급 지급 여부 중 미지급은 78.7%에 달했다.
또,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임금감소로 가계의 물가부담은 작년과 비교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진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물가지수는 분명히 지난해 고물가로 인해 기저효과가 발생해 안정세를 찾는다"면서도 "실질임금하락과 경제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는 지난해보다 더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연구원은 "현재 금리와 환율같은 거시변수는 하나도 못쓰고 있다"면서 "물가관리책임제와 같은 가격통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