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정유업계가 지난해 실적 발표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기름값이 비싸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격 인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사상 최대 수출액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증권정보업체 fn가이드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가 지난해 총 166조원의 매출액과 8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액이 69조, 영업이익은 3조1000억원으로 예상되고, GS칼텍스의 매출과 영업익이 48조원과 2조원 수준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어 에쓰오일은 매출 30조7000억원, 영업이익 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현대오일뱅크도 17조원 매출에 1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이 전망된다.
이 같은 실적 견인에는 석유화학과 윤활유 등 신사업 호황을 보였으며, 정유업계 전체 수출액이 지난 10월 이미 사상 최대치인 76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국제 석유제품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정제한 제품가격과 원유가의 차이인 정제이윤이 커져 좋은 실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 2009년 분사 이후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순항하고 있는 윤활유사업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가 실적 견인에 한 몫 하고 있다.
윤활기유 수요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주요시장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국제유가 하향 안정세에 힘입은 원재료 가격 인하가 이같은 실적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박재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브라질법인 매각으로 유입된 자금으로 올해 신규 광구를 취득할 경우 석유생산확대 등에 따라 올해에도 영업이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경질유 제품 수출 확대와 석유화학·윤활유 사업의 성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윤활기유 사업 등 고도화설비 효과에 힘입어 수익성에 큰 보탬이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사상 최대 실적발표를 앞두고 정유사들은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다른 때 같으면 실적 잔치에 떠들썩하겠지만 소비자들에겐 '기름값 상승의 주범'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기 때문이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수출이 크게 늘어났고, 신 사업의 증가에 따라 실적이 호조세를 나타냈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에는 기름값 주범으로 낙인 찍혀 실적이 좋아도 표정관리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정유사들이 내수 시장보다는 수출에 비중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유업계는 "국내 정유사들이 내수 정유시장보다는 중국 등 해외수출 여건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올해에도 전체적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윤할기유를 비롯해 신 사업을 더욱 육성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