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태양광 업체들이 세계 경제위기와 공급과잉으로 지난해 연말 특수를 누리지 못한 가운데 올해 1월 들어서는 시장 상황이 다소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모듈 업계가 최근 가동률이 높아지는 등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태양광 업계는 12월이 성수기, 1월은 비수기에 해당하는데 지난해와 올해는 상황이 역전된 모습이다.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미국에서 수요가 발생한 것과 재정위기를 겪는 유럽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위축되지 않은 것이 배경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소규모 주문이 들어와 1월 들어 가동률이 50%를 웃돌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1공장의 생산을 중단 한 뒤 2, 3공장의 가동률이 50%대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1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지난해 연말보다 낫다는 평가다.
에스에너지도 4분기부터 가동률을 높여 1월 현재 85~90%에 이른다. 이 회사는 전체 매출의 70%가 유럽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최근 미국 시장의 수요가 늘면서 공장 가동률이 올라갔다.
신성솔라에너지도 지난해 11월 30% 수준의 가동률을 보였으나 1월 현재 가동률이 80~90%대에 달한다. 유럽 시장이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국내에서는 오는 3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입찰이 다가오고 있어, 모듈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깜짝 회복세에 대해 조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2분기 상황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독일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상반기 대규모 설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독일은 지난해 태양광 전체 설치량이 7.5기가와트(GW)였고, 이 가운데 12월 한달에만 연간 설치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3GW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월부터 보조금 삭감에 앞서 설치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따라서 오는 4~5월쯤 추가적인 보조금 삭감을 앞둔 독일의 설치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 보다 고조되고 있다.
반면 셀·모듈 업체가 달라진 시장 상황을 즉각적으로 느끼는 것과 달리 전방 산업인 잉곳·웨이퍼 업체들은 변화가 크지 않다.
넥솔론(110570)은 지난해 하반기 업황 악화에 따라 가동률을 다소 낮췄으나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공장 가동률 100%를 회복했다. 독일이 오는 4~5월쯤 추가적인 보조금 삭감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럽에서 물량이 일시적으로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웅진에너지(103130)는 지난 4분기 말부터 시황이 살아나는 분위기지만 특별히 주문이 늘지는 않았다. 회사 측은 셀·모듈에 이어 순차적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잉곳·웨이퍼·셀·모듈 업체 모두 태양광 업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이 추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12월에 비해 올 1월의 시장 상황이 훨씬 나은 건 틀림없다"면서도 "다만 일시적인 상황인지 여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방향은 전환했으나 추세는 별개"라며 "본격적인 업황 개선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공급과잉을 해결할 구조조정의 속도와 내용도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폴리실리콘 가격 등이 최근 저점에서 벗어나면서 퇴출 위기에 놓였던 업체들이 다시 물량을 쏟아낼 수 있고,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병화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는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의외의 선전을 펼치고 있다"며 "바닥은 찍은 상황이고, 지금 분위기가 얼마나 길게 갈지는 국내외 정부의 정책, 규제 등의 변수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태양광 업황의 바로미터로 평가받는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 25일 기준(PV인사이트) 31.02 달러로 전주와 동일한 가격을 형성하며 심리적 저항선인 3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