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대형마트가 올해 들어 일부 업체를 상대로 소폭이지만 '수수료 인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은 지난해 말 화장품 벤더사들에게 2012년부터 수수료를 1%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화장품 벤더사는 대형마트에 입점해 있는 원브랜드숍을 제외한 국내외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를 공급하는 회사들로 한 업체당 매출이 100억원에 불과한 영세업체들이 대다수다.
지난해 13개사가 3개 대형마트에 화장품을 공급해 18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으나 이중 3개사가 높은 수수료 등을 이유로 폐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수료 인상에 차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A벤더 임원은 “지난해 말 대형마트 3개사로부터 올해 수수료율을 1% 인상한다고 구두 통보 받았다”며 “현재 수수료율에 대해 마트사와 조율중”이라고 밝혔다.
B벤더 관계자도 “대형마트와 1년 단위로 연간 계약을 맺고 있고 이로 인해 매년 수수료가 인상되고 있다”며 “3월 이전에 계약서에 직인 후 1월부터 소급 적용받게 된다”고 말했다.
수수료가 1% 인상될 경우 10여개사는 올해 18억원 가량의 수수료를 추가로 대형마트에 지급해야 한다. 영세업체인 화장품벤더로써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화장품벤더들이 지난해 대형마트에 지급한 수수료율은 판매 화장품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마트 23%, 홈플러스 27%, 롯데마트 23% 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유통업체들의 높은 수수료율에 대해 논란이 빚어지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수료 인하 압박에 나서 이마트는 721개 중소납품업체 중 46.5%인 335개에 대해, 홈플러스는 288개(47.2%), 롯데마트는 227개(50.6%) 업체의 판매장려금을 3~5% 포인트씩 줄이기로 했다.
판매장려금은 대형마트가 납품기업으로부터 상품을 직접 매입해 위탁·판매하는 경우 부과하는 일종의 판촉비용으로 수수료율 인하와 비슷한 효과를 나타낸다.
하지만 올해 수수료 인상 통보를 받은 화장품벤더들은 지난해에 판매장려금 인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업체들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판매장려금 인하로 손해보는 것을 입점 업체의 수수료 인상으로 만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사들은 모두 재계약 여부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은 있으나 수수료 인상을 통보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A벤더 관계자는 "내가 직접 마트 바이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제와서 인상안을 통보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마 정부 눈치를 보기 때문일 것"이라며 "3월 이전 계약을 하게 되면 얼마나 수수료를 인상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공정위 관계자는 "납품업체와 유통업체 양쪽 모두 위반사항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민감한 사안인만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