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정치 바꿔보렵니다"..선거아카데미

입력 : 2012-02-03 오후 9:54:06
[뉴스토마토 이나연기자] "유권자가 감동하면 선거에서 승리합니다."
 
3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19대 국회의원선거 선거아카데미'에 참석한 사람들은 300여명.
 
그들은 열심히 메모를 하거나 책자를 보며 강의를 듣고 있었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 김관중 사무관의 '공직선거법' 특강이 이어졌다.
 
김 사무관은 한 예비후보자에게 갑자기 질문했다.
 
"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시나요?"
 
예비후보자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는 눈치였다.
 
"출마의 변을 얘기할 수 있는 분, 손 들어보세요."
 
사람들이 주저하는 눈치를 보이자, 다른 예비후보자가 "부정부패로 얼룩진 대한민국의 변화를 위해서 출마한다"고 답했다.
 
김 사무관은 이에 "누가 물으면 바로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출마의 변을 정립하고 꾸준히 유권자들에게 홍보해야 표심을 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79년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방송에서 '왜 선거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바람에 대통령 꿈이 좌절됐다"며 "적어도 출마이유를 A4 한 장에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만의 철학이 중요하고, 그 철학을 유권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 사무관은 이어 서울 지역구의 특징에 대해 언급했다.
 
서울은 특정 정당에 유리한 텃밭이 없고, 젊은 유권자가 많으며, 연고주의 투표성향이 낮다.
 
그는 특히, 이번 선거의 경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면 당선에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사무관은 "온라인상에서 인맥관리를 잘 했다면 이번 선거에서 굉장히 유리할 것"이라며 "사이버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선거당일날에도 가능하기 때문에 SNS를 통한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거는 항상 전략적인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선거 사무소를 설치하는 데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유권자들이 선거 사무소를 방문했을 때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지 고민이 이어져야 한다고 한다.
 
카페 분위기로 꾸미든가, 후보의 일대기를 꾸미든가 하는 등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제안됐다.
 
뒤이어 강사로 나선 홍순아 삼성CS아카데미 소장은 이미지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거에는 근엄한 표정과 무거운 분위기의 포스터가 주였다면 최근에는 특정 공약이 숨어있는 표정과 동작을 통해 자신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연출한다.
 
홍 소장은 "벽보가 중요하다"며 "여성유권자들과 중립적인 성향을 가지신 분들은 당일날 벽보를 보고 선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8년 CNN에서 방송된 존 맥케인 당시 후보와 버락 오바마 후보자의 연설을 비교해 보여줬다.
 
"오바마는 자신감이 있고, 자세가 부드럽다", "맥케인은 원고를 보고 읽었고, 카메라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홍 소장은 "오바마 후보는 이미 당선된 것처럼 행동했다"며 "정책의 모든 이유를 이미지에 담아야 한다"고 했다.
 
첫 인상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에 기자도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졌다.
 
꼼꼼히 강의를 받아적는 참석자들의 눈빛에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담겨있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최해선(34·취업준비중)씨는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참석하게 됐다"며 "정치인들을 비판하려면 정치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씨는 "그런데 (정치를 하고자 하는 분들 가운데) 생각보다 전략과 철학이 없으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개인사업을 하는 40대 후반의 김모 씨도 "요즘 정치가 마음에 안 들기도 하고, 한 예비후보를 도와주고 있어서 강의가 도움이 될까 하는 심정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대로 공정한 사회가 돼야 정치가 바로 서지 않을까"라며 "말도 안되는 얘기는 그만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토마토 이나연 기자 white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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