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최근 정치권의 재벌개혁 논의를 비롯한 여러 공약에 대해 정부는 정제되지 않은 공약이 봇물처럼 쏟아진다는 말로 경계심을 드러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정치권에서 복지확대, 기업개혁, 증세 등과 관련해 봇물처럼 다양하고 정제되지 않은 정책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제되지 않았다는 단어가 시사하듯 이런 공약을 접하는 국민들은 불안해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허술한 공약으로 재정이 낭비되거나 모든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다는 이른바 정부만능주의 환상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드러낸 것이다.
박 장관은 또 "정제되지 않은 정책 리스트도 제공할 수 있다"며 정치권의 선거용 공약정책 남발을 경계했다.
특히, 여·야가 한목소리로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박 장관은 "대기업 집단 규제는 글로벌 스탠더드보다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준과세를 세계 표준보다 과하게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느냐"며 "외국인 투자가 들어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재정건전성을 지키고 국가의 경쟁력 향상에 책임을 진 주무부처의 장으로서 정치권의 재벌규제 움직임에 대해 정책효과나 실효성 측면에서 비판이나 반대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하지만 개혁의 도마 위에 올라있는 재벌의 일감몰아주기나 문어발식 확장, 서민형 업종 침투 같은 문제들은 이명박 정권의 친재벌 정책을 통해 악화됐다는 점을 상기하면 정책집행의 장본인인 경제각료와 대통령의 견제는 자격 없는 비판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쪽에서 잘못된 결과에 대해 인정하지 못하고 끝까지 잘못을 회피하는 격인 것이다.
물론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재벌규제 방안들은 아직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민의를 반영하는 과정인 만큼 문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박 장관은 "각 정당이 내놓은 공약을 심층분석하고 실현가능하고 지속가능한 정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으니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