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언론의 ‘새누리당’ 표기, 바람직한가

입력 : 2012-02-05 오전 11:12:26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확정되지도 않은 새 당명을 언론에서 무작위로 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명 개정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한 의원의 토로다.
 
그의 지적대로 주요 매체들은 지난 2일을 기점으로 ‘한나라당’을 ‘새누리당’으로 표기하고 있다. 방송을 비롯해 신문, 통신, 인터넷 등 전 언론이 동참했다. 보수신문은 물론 이들과 정치 성향을 달리 하는 진보적 매체들도 한결 같았다.
 
새 당명을 표기하고 나선 이유에 대해선 한나라당의 공식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영철 대변인은 2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새 당명이 결정된 직후 각 언론에 새누리당으로 표기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새 당명이 법적으로 인정되기 위해선 당의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중앙선관위에 당명 변경 등록 절차를 마쳐야 한다. 그전까지는 ‘한나라당’이 현 집권여당의 공식 당명이다.
 
당명 개정에 따른 논란과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른바 비대위의 공식화(굳히기) 작업에서 비롯된 새 당명 표기 요청을 각 언론이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인 것은 언론의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나아가면 박근혜 비대위와 합작해 언론이라는 창구에 접촉하는 일반 독자들에게 새 당명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
 
친박계 핵심 유승민 의원이 물꼬를 트고 쇄신파의 동참이 이어지면서 황우여 원내대표는 오는 7일 당명 개정 안건으로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내홍이 수습되기는커녕 일파만파 확산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칫 의총의 격한 반발이 전국위원회 부결로 이어질 수도 있다. 비대위의 결정이고 요청이라 해서 받아들인 새 당명 표기가 다시 ‘한나라당’으로 돌려질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현 세력구도를 감안하면 그럴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그렇다고 해서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존재이유의 언론이 법적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새 당명을 무작위로 표기하는 것마저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엔 독자의 눈이, 지성이 너무나도 날카롭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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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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