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판매 사기 고발 사건과 관련해 은행들에 대해 기소 의견을 검토하다가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현 검찰총장)이 취임한 이후 공판부로 전보조치, 결국 사표를 제출한 박성재 변호사(40회·30기, 당시 서울지검 금융조세조사2부 검사, 현 법무법인 민)의 사직 과정에 석연치 않은 의혹이 꼬리를 물고 증폭되고 있다.

 

키코 사건을 주도적으로 수사해온 박 변호사가 지난해 5월 검찰에 사직서를 제출하자 법조계 일각에서는 '키코 수사에 대한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의 의견 차이' 때문에 박 변호사가 사표를 제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으나 본인은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한상대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취임하면서 불기소쪽으로 기류가 바뀌어 박 변호사의 운신의 폭이 좁아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8일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한상대 서울지검장은 지난해 2월1일 취임 직후 열린 첫 업무보고에서 키코 사건 수사팀 검사에게 '은행 다 죽일 일 있느냐'는 지적을 했고, 당초 지난해 2월로 예정됐던 '키코 사건' 처분 결과 브리핑은 5개월이 더 지난 7월에 이루어졌다.

 

한 지검장 취임 전에 수사팀에서 불기소 결론을 내렸다면 굳이 5개월이나 수사결과 발표를 미룰 필요없이 당초 예정대로 2월초에 브리핑을 진행했을 것이라는 점을 짐작케한다.

 

당시 수사팀은 은행들이 환헤지 상품인 키코가 은행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중소기업들에 제대로 알리지 않고 불공정 계약을 체결한 혐의(사기)로 기소를 적극 검토했으나, 수뇌부와 의견 충돌을 겪으면서 수사의 방향이 틀어졌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후 박성재 변호사는 지난해 5월24일 공판부로 전보조치 된 뒤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같은 박 변호사의 갑작스런 전보조치는 '본인이 검찰을 떠나기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주요 수사를 맡는 주력 보직에 그대로 있기가 부적절하다'는 게 외부에 밝혀진 이유다.

 

하지만 공인회계사 출신 경력을 인정받아 서울지검 금조2부에 소속, 주식워런트증권(ELW)과 키코 사건을 맡아 금융·증권범죄 수사에 강한 의지를 가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던 박 변호사는 두 사건 모두 자신의 손으로 결말을 내지 못한 채 검찰을 떠나게 됐다.

 

'ELW 불공정 거래' 수사와 관련, 법원에서 증권사 압수수색 영장을 받을 때도 박 변호사의 자세한 설명이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인 박 변호사는 1991년 공인회계사가 돼 6년 동안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 1998년 사법고시에 합격, 2001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첫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줄곧 형사부서에서 일해오던 박 변호사는 2010년 2월 금융조세조사2부로 옮기면서 전공을 100% 살리게 됐다.

 

지난해 6월4일 서울지검 공판2부에 사직서를 제출한 박 변호사는 법무법인 민으로 자리를 옮겨 금융 및 파이낸싱, 증권 및 M&A 부분 관련 소송을 주로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