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 우리나라의 증권선물위원회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키코(KIKO)상품 판매에 대해 사기적 행위로 판단될 수 있고 형사적 책임이 대두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토마토가 단독 입수한 미국 CFTC와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 문건에 따르면, 미국의 증권·파생상품 시장을 관리하는 두 기관은 모두 키코상품의 구조와 판매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당 문건은 키코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가 2010년 12월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서울중앙지검장, 그리고 대검 수사기획관과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등을 경유해 주미 한국대사관에 의뢰해 작성된 것이다.
면담은 주미한국대사관에 파견되어 있는 법무협력관이 2010년 12월21일에 워싱턴 D.C 소재 CFTC를, 지난해 1월11일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SEC를 직접 방문해 성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면담 결과는 다시 같은 경로를 밟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로 회신됐다.
CFTC 면담에는 CFTC의 시장감시부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Gregory J. Kuserk가 참석했다.
Kuserk는 1987년부터 20년 넘게 CFTC에서 근무하며 키코사건과 비슷한 '뱅커 트러스트'와 '깁슨' 사의 분쟁(Banker Trust vs. Gibson Geeting, 이하 BT사건)을 직접 처리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CFTC "옵션 가치 차이 알면서도 설명 안해..사기적 행위"
Kuserk는 미국에서 일어난 파생상품 관련 분쟁인 BT사건을 해결한 경험을 토대로 키코 사건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먼저 키코사건이 BT사건과 매우 유사하다고 전제했다.
Kuserk는 "키코 계약은 충분한 지식을 가지지 못한 고객이 '부의 가치(negtive value)'가 '내재'된 교환 계약에 이르게 된 것"이라면서 "고객이 해당 거래가 지니는 의무에 대해 자각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은행측은 풋옵션의 실제 프리미엄 가치와 콜업션의 실제 프리미엄 가치 사이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두 프리미엄의 가치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면서 "이는 기망적 허위설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아울러 "KIKO사건의 경우 은행이 진정한 옵션 가치를 알고 있었다"면서 "고객이 진정한 옵션가치 지식이 없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은행이 알고 있었다면 이는 사기적 행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BT사건이 조정을 통해 마무리됐다고 소개하면서 "뱅커 드러스트에 대한 형사적 제재는 없었지만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형사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CFTC측은 키코 사건을 야기한 은행들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반해 검찰은 "KIKO 계약 체결 당시 은행은 오로지 마진 규모에만, 기업은 오로지 환율 전망에 따른 계약 조건들에만 관심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풋옵션과 콜옵션 이론가의 같고 다름이 계약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으로 언급되거나 협상의 대상이 된 바도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수사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 같은 검찰의 설명은 오히려 키코 피해기업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풋옵션과 콜옵션의 이론가는 키코라는 상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키코를 판매한 은행은 이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계약의 중요한 내용은 쏙 빼놓고 상품을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계약 체결 당시 은행들이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채 환율하락에 따른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환헤지에만 초점을 맞춰 상품을 설명했고, 이는 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까지 경유하여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미국의 전문기관의 의견을 받아놓고도, 정작 사건처리에는 참고하지 않았던 것이다.
◇SEC "키코, 환헤지에 적합한 상품인지 의문"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역시 키코 상품이 사기죄를 구성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SEC는 "거짓과 정직하지 못한 설명으로 인해 거래가 성사된다면 해당 거래는 사기를 구성할 수 있다"면서 "은행이 고객에게 옵션 사이에 2배 이상의 가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설명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SEC는 이어 "키코 상품은 고도의 노련함을 갖고 환율이 어떻게 변동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진 고객에게는 적합할지 모르나, 노련하지 못한 고객에게는 위험한 상품"라면서 "환헤지라는 고객(회사)의 목적에 키코 상품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검찰도 수사결과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은 "은행이 취득하는 콜옵션의 이론가를 기업이 취득하는 풋옵션의 이론가에 비해 크게 설계해 기업들에게 일부 불리하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이같은 점만으로 은행이 기업을 속이고 기업과 키코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놨다.
SEC가 문제를 삼은 계약의 공정성 여부와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검찰은 "키코 계약의 공정성 여부나 설명의무 위반은 민사사안에 해당된다고 보여지므로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책임을 법원에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
SEC는 "SEC는 민사적 문제만을 다루므로 형사적 책임 문제는 소관사항이 아니다"라며 형사처벌에 대한 구체적 의견은 제시하지 않았다.
▲ CFTC·SEC - 검찰 쟁점별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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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TC·SEC |
검찰 |
옵션가치
차이인식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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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가치 차이 알면서 동일하다고 설명. 기망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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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체결 당시 옵션가치 차이 인식 여부 중요하지 않아" |
설명의무 위반 |
"옵션 가치 설명 안해. 환헤지 목적 부적합" |
"민사사안.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
형사 책임 문제 |
"형사 처벌(사기죄) 가능성 있어" |
"무혐의 처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