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정치)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입력 : 2012-02-08 오전 10:08:00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가수 김수희씨의 ‘애모’ 중 한 소절로, 한나라당의 현주소다.
 
정두언 의원이 “모두 벙어리 냉가슴”이라고 전했듯 박근혜 비대위원장 앞에만 서면 다들 작아진 채 ‘벙어리’가 됐다. 속으론 ‘냉가슴’을 앓으면서 말이다.
 
7일도 그랬다. ‘새누리당’으로의 당명 개정 관련해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소집을 요구한 쇄신파조차 침묵을 지켰다. 오직 유승민 의원만이 발언대에 선 11명의 의원들 중 반대 목소리를 냈을 뿐이다.
 
일견 예상된 일이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전권, 특히 의원들의 생사여탈권인 공천권을 쥔 박 위원장 면전에서 반기를 들 이가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기대치 않았다. 오히려 새 당명에 대한 예찬론까지 흘러나왔다.
 
의총장 밖에서는 “의총을 소집해놓고 바로 직전에 당 로고와 색을 발표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대놓고 가겠다는 뜻 아니냐”는 반론이 있었지만 여기에 공감한 의원들조차 의총장 내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유일하게 반대 목소리를 낸 유 의원에 대해서도 “공천이 보장된 친박계 핵심이니 저리 말할 수 있다”, “친박계 내부 파워게임의 연장선상이다”며 자신들의 처지와 비교했다.
 
이날 있은 박 위원장의 지역구 불출마 선언에 대해서도 모두들 “대승적 결단”이라고 추켜세우기에 바빴다. 뒤로는 “대선으로 가면서 당연한 수순 아니냐”, “비례대표는 하겠다는 뜻”, “이걸로 중진들의 용퇴를 채근해선 안 된다. 처지가 틀리지 않나” 등의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서 말이다.
 
다만 당내 경쟁자인 정몽준 전 대표만이 박 위원장의 리더십을 정면비판하며 ‘독선’과 ‘불통’을 꼬집었을 뿐이다.
 
‘쇄신’이 아닌 ‘복종’이 돼 버린 한나라당의 오늘 풍경이다. 
 
뉴스토마토 김기성 기자 kisung01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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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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