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방송광고 판매 대행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미디어렙법)’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존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 체제’는 30여년 만에 종언을 고하고 방송광고 시장은 무한경쟁 도입을 뼈대로 한 ‘미디어렙 체제’로 본격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날 오후 새누리당이 제출한 미디어렙법안을 상정해 찬성 150표, 반대 61표, 기권 12표(재석 의원 223명)로 안건을 가결했다.
지난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서 코바코체제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지 3년 만이다.
헌재는 코바코의 광고 대행 독점을 위헌으로 규정하고 이를 대체할 만한 미디어렙법안을 마련하라고 결정했지만, 지난 3년 동안 법 제정이 미뤄지고 방송광고시장이 사실상 무법상태로 방치되면서 힘없는 중소방송사가 피해를 본다는 우려가 높았다.
업계는 이번 법안으로 방송광고시장의 질서를 정하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서 일단 한숨 돌렸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통과된 법안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광고 직접 영업을 허용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여당이 제출한 법안은 종편이 사업승인을 받은 시점부터 3년 뒤 민영미디어렙에 편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향후 2년 4개월 동안 광고를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통과된 법안은 그밖에도 ▲1공영(KBS, EBS, MBC) 다민영(SBS, 종편) 체제 ▲특정 방송사의 미디어렙 소유 지분 최대 40% 허용 ▲동종 매체간 교차판매 허용 등을 담고 있어 SBS 등 특정방송사에 지나치게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지적도 낳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종편의 미디어렙 편입 시점을 개국 2년 뒤로 하고, 미디어렙 소유 지분 한도를 20%로 제한하며, MBC에 공영렙과 민영렙 가운데 선택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내놨지만 표결에서 밀릴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전언이다.
민주통합당은 언론노조 등 시민사회와 손을 잡고 19대 국회에서 법 개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미디어렙법이 제정됨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안으로 코바코를 대체하는 공영렙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5월 말 ‘한국광고진흥공사’를 설립하는 등 후속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방통위는 미디어렙법안의 하위법령인 시행령과 고시를 5월과 7월 중 제정하고 8월 중 민영미디어렙 허가를 내겠다고 밝혔다.
김용수 방통위 방송진흥기획관은 “입법 정신을 존중해 방송광고 시장에 상생의 조건을 만들 것”이라며 “민영렙 개수는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