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그리스 정치권의 긴축안 합의에도 2차 구제금융 지원에 제동이 걸렸다.
그리스 정부와 3당이 30억유로 규모의 긴축안에 의견을 모았지만, 유로존이 3억2500만유로 규모의 추가 긴축을 포함한 추가 조건을 최후통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리스 정치권이 트로이카가 제시한 2차 구제금융 조건과 관련해 연금 문제를 확실히 매듭지지 못한 점도 걸림돌이다.
그리스가 일단 큰 불은 껐지만, 디폴트의 불씨는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
◇ 유로존 "15일까지 세가지 더 약속해라"
9일(현지시간)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회의 후 3대 선결조건을 추가로 제시하며,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지원 결정을 보류했다.
유로존은 다음 회의가 열리는 오는 15일까지 ▲올해 3억2500만유로의 추가 감축 계획 제시 ▲긴축안과 경제개혁에 대한 의회 비준 ▲4월 총선 이후에도 이 조치를 이행하겠다는 그리스 지도자들의 약속 등 3대 조건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긴축조치의 ‘이행’없이 구제금융 ‘지출’은 없다”는 강경한 뜻을 내비쳤다.
앞서 융커 의장은 "그리스가 합의된 개혁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유로존 회원국들의 지원을 더 이상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그리스는 3월에 디폴트를 선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존은 또 그리스에 부채 상환에만 사용하는 별도 계정 설치를 구제금융 제공조건의 하나로 요구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효과적 집행을 보장하기 위해 가능한 하나의 방안"이라고 언급했지만, 시장에서는 이 방안이 재정주권과 관련된 것으로 그리스가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 정치권, '연금삭감' 빠진 미완성 긴축안 합의
그리스 정치권이 '연금삭감'에 합의하지 못한 점도 유로존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그리스 정치권은 밤 늦게까지 마라톤 회의를 벌였지만, 결국 3억유로에 해당하는 연금 삭감안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2015년까지 130억유로의 재정지출 감축, 최저임금 22% 삭감, 연내 공공일자리 1만5000개 감축, 상반기내 6개 공기업 지분매각 등의 방안만 담았다.
EU는 그리스 정부가 미완성의 합의안을 내놓은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부족한 3억유로 재정지출 삭감을 보충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를 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그리스에 대해 합의를 승인해줄 수 있는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총체적 필요조건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변수 여전..ECB, 그리스 국채 손실탕감 참여 불확실
그리스가 연금삭감 등 트로이카가 제시한 모든 구제금융 조건을 받아들인다 해도 그리스 지원에 대한 이견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그리스 최대 채권 보유자 중 하나인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국채 손실탕감에 참여 할 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ECB가 그리스를 돕기 위해 그리스 국채를 매입을 통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면 이는 그리스 정부를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며 곧 EU 조약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CB는 디폴트 위기에 처한 그리스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통해 그리스 국채를 대량 매입, 현재 400억유로 규모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ECB뿐만 아니라 독일의 입장도 강경하다. 시장에서는 2차 구제금융 규모 1300억유로로는 그리스를 살리는 것이 불가능기 때문에 지원 규모를 1450억유로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 상황이다.
그러나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우리는 지난해 10월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합의했던 1300억유로 구제금융 범위 내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구제금융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