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의 일대 혈전을 각오했다.
다만 출마 여부를 포함한 총선 거취에 관해 “당에 모든 것을 일임하겠다”고 한 만큼 이제 남은 것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선택이라는 게 당내 중론이다.
홍 전 대표는 13일 일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지금 태풍이 불어 닥치는데 조각배를 띄우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문 고문에 대응해 ‘지역 일꾼론’으로 맞서자는 당내 일각의 주장에 대한 일축이었다.
홍 전 대표는 또 “문 고문은 이미 클 대로 컸다. 뭘 더 키워준다는 말이냐”며 “문 고문이 이번 선거에서 이기면 지지율이 10%포인트나 폭등하게 되고, 이 경우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대권에서 필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에선 문 고문이 출전한 부산 사상 선거전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 갑론을박이 진행 중에 있다.
일각에서는 홍 전 대표를 비롯한 거물급 인사를 맞붙이는 정면대결을 통해 바람의 싹을 처음부터 잘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대중적 초점을 부산 사상에 집중시켜 바람이 전체 부산·경남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지역 일꾼론으로 맞서자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패배했을 경우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됐다.
홍 전 대표의 지적은 이미 문 고문이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성장한 만큼 이번 기회에 거물급 인사로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는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또 이를 위해 자신이 나설 수 있다는 의지를 적극 내비침으로써 박 위원장의 선택에 무언의 압박을 한 것이란 게 당내 대체적 평가다.
그는 또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개혁공천’과 ‘이기는 공천’을 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강남 3구 및 분당, 용인 수지, 양천갑 등 수도권 (텃밭) 11곳은 전부 새로운 인물로 물갈이하는 개혁공천을 해야 하고, 영남은 최소 50% 많게는 60%를 완전히 새로운 인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부산 사상 등 낙동강 벨트는 ‘이기는 공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전 대표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수도권과 영남에서 패배해 자칫 당이 ‘TK(대구·경북) 자민련’으로 전락할 수 있다”면서 “특히 PK(부산·경남)에서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5석만 내줘도 그 파급력이 확산하면서 총선은 물론 대선에서도 승리가 무망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앙일보가 13일 발표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문 상임고문은 42.3%의 지지를 획득, 34.7%에 그친 권철현 전 의원을 압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한 문성근 최고위원이 41.9%의 지지율로 32.5%에 머문 허태열 의원을 제쳤으며, 경남 김해을의 탈환을 노리는 김경수 노무현재단 사무국장도 40.9%의 지지율로 김태호 의원(34.0%)을 눌렀다.
‘바람이 다르다’는 민주당 친노 인사들의 선언이 점점 현실화되면서 지역을 사수해야만 하는 박근혜 위원장의 고민이 한층 짙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