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식품산업은 세계적으로 그 규모가 4조3000억달러에 이르는 거대산업이다. 3조5000억달러의 IT나 1조6000억달러의 자동차보다 더 큰 시장으로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도 식품산업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선정해 식품산업 진흥을 위한 관련 법안을 제정하고 전북 익산에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세계 각국으로 고품질의 한국식품이 수출되면서 매년 식품 수출액이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또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예측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인기를 얻은 제품이 늘고 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3회에 걸쳐 오랫동안 국민 먹거리로 사랑받은 스테디셀러,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한국식품,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식품 등의 성공전략을 집중 조명한다.(편집자註)
<글 싣는 순서>
①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스테디셀러
②한류타고 세계시장 누비는 한국 식품
③상식을 깨고 차별화에 성공한 제품들
◇40년간 꾸준한 인기를 이어온 국민스낵 농심 '새우깡'
1971년 12월 출시돼 지난해 불혹을 맞은
농심(004370) '새우깡'은 지금까지 70억 봉지가 넘게 판매됐다. 70억 봉지는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 둘레를 40바퀴나 돌 수 있는 물량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40년 넘게 인기를 끈 결과다.
1971년 당시의 제과업체들은 비스킷, 캔디, 건빵 등을 주로 생산하면서 스낵에 대해서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절에 농심은 물리지 않으면서 어린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스낵'이라는 형식과 '새우'라는 친숙한 맛을 결합시켜 새우깡을 개발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스낵 새우깡이 빛을 보기 전까지 개발에 사용된 밀가루 양은 4.5톤 트럭 80여대 분으로 당시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이었다.
이렇게 밀가루가 많이 들어간 까닭은 새우깡의 시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튀김온도가 적절치 않아 수도 없이 태우는 과정을 반복했고, 또 가장 먹기에 적당한 강도를 유지하기 위한 강도 실험만도 수백번이나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과자를 만들 때 기름에 튀겨내지만 새우깡은 가열된 소금의 열을 이용해 튀겨내는 파칭(Parching)법을 창안해 새우 함량에 따른 최적의 맛과 조직감을 창출해 냈다.
특히 일반 파칭과 달리 식물성 기름인 팜유를 뿌려준 상태에서 파칭하는 독특한 기술을 발전시킴으로써 더욱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맛을 창조해냈다. 이러한 농심의 눈물과 땀은 애초에 기대했던 맛의 제품을 만들어내게 했고 오늘날까지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이 됐다.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새우깡은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됐다. 서울 대방동 공장에는 새우깡을 가져가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트럭들로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새우깡은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 요술깡'이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인기가 치솟았고, 1970년대 초 어려움을 겪던 농심의 사세는 새우깡의 히트로 위기를 벗어나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농심 홍보팀 윤성학 과장은 "새우깡은 어린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손쉽게 먹을 수 있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며 "새우깡에 사용되는 새우는 전북 군산, 전남 영광 연안 등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잡히는 것으로 어민들의 소득증대로도 이어진다"고 말했다.
◇월 평균 100억 판매되는 롯데제과 '자일리톨'
'자기 전에 씹는껌' '양치 후에 씹는껌'의 슬로건으로 잘 알려진
롯데제과(004990) '자일리톨'은 출시 이후 현재까지 월 평균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2000년 5월 첫 시판 이후 현재까지 약 1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제과시장 월 매출 최고' '단일 제품으로 연간 매출 최고' '단기간 누적매출 최고'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금액을 코팅껌으로 환산하면 200억개가 넘는 양으로, 이는 우리나라 5000만 국민이 1인당 400개 이상 씹을 수 있으며, 전 세계 70억 인구가 1인당 약 3개씩 씹을 수 있는 거대한 양이다.
이 같은 자일리톨의 성공은 탁월한 품질력을 바탕으로 한 광고, 홍보 등 마케팅 전략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롯데 자일리톨은 핀란드산 자일리톨을 주원료로 한 롯데제과의 기술력에 의해 만들어졌다.
자일리톨에는 충치 예방효과와 단맛이 탁월한 핀란드산 자일리톨이 75%가량 들어 있으며, 치아의 재석회화 효능이 뛰어난 해조류에서 추출한 '후노란'과 우유 단백질에서 분해한 'CPP(카제인 포스포 펩타이드)', 그리고 '인산칼슘'이 들어 있어 치아를 더욱 건강하게 해 준다.
자일리톨의 명성과 달리 우리 귀에 낯선 후노란은 인체에 무해한 자연산물로서 충치의 원인이 되는 뮤탄스균의 치아 부착을 억제시켜 줌과 동시에, 치아에 붙어 있는 충치균을 이탈시키고, 손상된 치아에 칼슘의 결합을 도와 치아 재석회화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
CPP 역시 충치균이 치아에 부착되는 것을 억제하고 치아의 칼슘 흡수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원료들은 치아에 유익한 성분으로 손상된 치아에 칼슘을 공급해 치아 법랑질의 재석회화 역할을 하고, 프라그를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
이와 함께 자일리톨의 기능과 역할, 필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홍보활동, 진실성을 콘셉트로 소비자의 신뢰를 이끄는 광고 전략, 필연성을 갖고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는 노력 등 마케팅 전략이 적중했다.
자일리톨 출시 이후 방영된 TV-CF만 50편 이상이다. 약 2개월에 1편 이상씩 새로운 광고를 방영한 것인데 소비자 시선을 모으기 위해 부지런을 떤 광고 전략이 자일리톨이 국민껌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일조했다.
롯데제과 껌담당 김학석 매니저는 "롯데 자일리톨은 기존 바 형태의 패키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용량의 제품을 출시해 활용도를 높이고 맛 또한 계속 늘려나가는 등 꾸준한 노력을 통해 국민 껌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