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정유사들은 지난해 최대 실적에도 눈치가 보인다. 연일 치솟는 기름값으로 서민 부담이 늘어나면서 기름값 상승의 주범으로 눈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이 주유소 시장은 가격경쟁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휴·폐업하는 주유소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1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은 지난해 68조3754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2010년)보다 약 15조원 가까이 매출이 늘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전년(2010년) 1조8912억원과 1조1491억원에서 각각 2조8488억원과 3조1809억원으로 늘었다.
에쓰오일(
S-Oil(010950))도 지난해 매출액이 31조9140억원으로 전년(20조5111억원) 대비 55.6% 늘어났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94.3%와 70.7% 증가한 1조6698억원과 1조21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GS칼텍스는 2010년 매출 35조3150억원에서 지난해 47조9463억원으로 증가했고,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8조원 이상의 매출(추정치)을 올리면서 5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지난해 국내 정유4사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주유소 수=정유사 매출'은 옛말..사라지는 주유소들
사상 최대실적을 거둔 정유사에 비해 주유소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올려받아도 주유소 입장에서는 다른 주유소에 손님을 뺏길까 쉽사리 가격을 올려받지 못할 정도로 경쟁이 심해졌다.
지난 한해 100개 가까운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주유소가 포화 상태에 다다른데다, 고유가 시대 판매량도 줄고, 마진률도 더욱 박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유소 하면 '돈을 벌수 있다'는 말은 그야말로 옛말이 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주유소는 총 1만2901곳으로 전년 같은기간(1만3003곳)에 비해 102곳이 감소했다.
전국 주유소는 2010년 12월 1만3003개를 기록한 뒤 지난해 1월 1만2988개, 5월 1만2933개, 7월 1만2912개, 9월 1만2906개, 12월 1만2901개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휴업중인 주유소도 2010년 12월 316개에서 지난해 말 425개로 크게 늘어났다. 폐업한 주유소 역시 2010년 12월 127개에서 205개로 늘어났다.
이처럼 주유소 수가 확연한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주유소 매출마진이 줄어들면서 용도를 전환하거나 휴·폐업하는 경우가 늘어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소 매출이익률이 2008년 9%에서 지난해 4%로 낮아지는 등 상당수 주유소들이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며 "카드수수료 부담 등 적자 경영에 내몰리는 업소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전업이나 폐업하는 주유소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첫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김재형 형제알뜰주유소 사장은 "주변 주유소와의 가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안정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알뜰주유소 전환을 신청했다"며 "몇 년째 이어지는 영업이익 감소 탓에 바꿀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주유소 업주들이 영업으로 얻는 마진율은 5%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이익에서 카드수수료, 인건비, 사은품비용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비싼 임대료도 사업을 접는 이유 중 하나다. 서울에 있는 주유소들은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해 폐업하거나 주유소 매물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소시모 "정유사들, 국제유가 핑계로 잇속 챙기기" 비판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달 휘발유 가격을 국제 휘발유 가격 인상 폭보다 더 많이 올렸고, 주유소는 덜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 석유시장감시단은 이날 정유사의 지난달 공장도 가격은 국제 휘발유 가격보다 리터(ℓ)당 36.50원 높게 인상된 반면, 주유소의 판매가격은 24.59원 덜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달 국제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111.24달러에서 120.17달러로 8.93달러 인상됐으며, 같은 기간 환율은 0.62원이 인하됐다. 또 1월 국제휘발유 가격은 1월1주부터 1월4주까지 ℓ당 64.69원 상승했다.
반면, 정유사의 휘발유 공장도 가격은 1월 1~4주까지 101.19원이 뛰었다. 세금을 포함한 휘발유 공장도 가격은 ℓ당 111.30원이 오른 것으로 감시단은 파악했다. 같은 기간 주유소 판매가는 ℓ당 1933.32원에서 1973.42원으로 40.10원 상승했다.
석유감시단은 1월 1주부터 4주까지의 정유사 단계에서 국제 휘발유가격과 36.50원의 가격차이가 발견됐고, 주유소 단계에서는 40.10원이 올라 24.59원의 가격차이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제유가 인상분을 핑계로 정유사들이 실속만 챙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한 정유사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이 전년보다 좋아졌지만 국내 석유제품 판매물량의 경우 영업이익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며 "다른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올린 건데, 휘발유, 경유 등 석유 판매에서 실속을 챙기는 것처럼 보여 억울하다"고 말했다.
한편, 주유소업계는 정유사들의 '고통분담' 요구와 함께 정부의 유류세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