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19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할 것 없이 각종 부동산 공략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학계·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백지신탁제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계자산의 80% 가량이 부동산 시장에 묶여있는 우리나라 특유의 자산구조 상 재산 축적의 주요수단인 부동산을 제외하고 주식만 신탁대상으로 설정하게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5일 통합진보당, 토지정의시민연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17대 국회부터 지병문 의원 등 일부 진보 진영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발의된 바 있던 부동산 백지신탁제도가 이번에 다시 총선 공약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부동산 백지신탁제도란 고위 공직자 후보가 취임 시에 실수요 아닌 자신 및 배우자. 직계 비속 소유의 부동산을 중립적 국가기관에 신탁하도록 하되, 과거 그 부동산을 매입했을 당시의 시가의 원리금과 신탁 시점의 시가 중 적은 금액을 신탁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를 뜻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실수요 목적의 부동산 자산에 대한 책임만 고위 공직자 후보가 부담하게 된다. 또 부동산을 자녀에게 증여할 목적으로 자녀 명의로 취득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녀 명의의 부동산도 포함된다.
즉 공직 재임기간만큼은 공무원을 비롯한 직계존속 등 가족구성원들도 일체의 부동산 관련 취득·매도가 불가능하고, 재임 기간 이후에도 일정 기간동안 부동산 관련 거래에 규제가 가해진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그동안 진보진영은 부동산 백지신탁제도에 대해서 찬성입장을 보여왔다"며 "공직자의 경우 대부분 이런저런 투기문제 들이 많기 때문에 도덕성에만 의존하는 지금 현실을 제도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총선공약 차원에서도 백지신탁제를 검토 중이며, 19대 국회에서 원내 교섭 단체를 구성해 이같은 음성적 관행 폐지를 입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학계를 비롯한 건설업계, 국책연구기관 등 각 분야 전문가들 또한 이같은 제도 도입에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정부 부처 및 기관들과 일반 국민들 사이에 엄존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각종 개발 관련 정보 등을 보유하고 있는 공무원들이 시장 상황을 미리 예측 가능한만큼, 자산 증식에 있어 월등히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지금 제도상에서는 공직자들이 직무를 통해 얻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예를 들면 국토해양부 공무원이나 각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이 고급정보를 얻어 명의변경 등의 편법적 부동산 소유를 규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노영훈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특정한 지리적 공간에 벌어질 경제활동에 대한 변수(용적률, 토지이용계획 등) 예측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내부적 정보를 독점하는 지자체 공무원들이나 중앙부처, 국토부, 행안부 등의 공무원들의 부동산 자산은 백지신탁제도를 통해 확실히 묶어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윤상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제도가 시행되면) 신탁 시점부터 퇴직 후 2년간은 실수요 아닌 부동산을 취득하지 못하게 한다. 이렇게만 하면 과거의 투기 의혹도 해소되고 공직 취임 후 펴는 정책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