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가계 살림..이젠 펀드도 담보 잡힌다

유로존·북한 등 대외 불확실성 고조시 부실화 가능성 우려도

입력 : 2012-02-20 오후 2:26:57
[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국내경기 악화로 국내 가계 소득이 줄어들자 펀드를 담보로 생활자금을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국내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개선된 것이 펀드 담보 대출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유로존 등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요동칠 경우 펀드담보대출은 부실화 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우리·농협 등 국내 3개 은행의 개인 펀드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4분기 4162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99억원 늘어났다.
 
이들 은행의 펀드담보대출 잔액은 2010년 1분기 6746억원을 기록한 뒤, 2분기 6085억원, 3분기 5310억원, 4분기 4704억원, 2011년 1분기 4115억원, 2분기 3654억원으로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들어서는 3763억원, 4분기 4162억원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현재 시중은행의 펀드담보대출 금리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금리보다 많이 낮은 것만도 아니다.
 
시중은행들이 취급하는 펀드담보대출의 이자는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에 변동되는 것으로 보통 6% 후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CD금리 연동, 5년이상) 적용되는 금리가 6% 후반인 것과 비슷하고, 신용대출의 최저 금리 수준(7~10%)과도 큰 차이가 없다.
 
이렇듯 펀드담보대출 금리가 낮지 않은데도 펀드담보대출 잔액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가계의 생활이 빠듯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대출 담당자는 "개인 고객의 주된 대출문의는 전세자금대출이나 직장인 신용대출이 많지만 펀드담보 대출 문의도 있다"며 "대출의 용도는 거의 생활용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갑자기 생활용 자금이 필요한데 펀드를 해지하기보다는 대출을 받았다가 자금을 사용한 뒤 상환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유로존, 북한 등 대외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하는 경우 펀드담보대출이 부실화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그리스 재정위기가 해결국면에 접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탈리아, 스페인 등 아직도 해결해야 될 부채국가가 많기 때문에 낙관할 수 없을뿐 아니라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예·적금담보대출의 경우에는 회수되는 잔액이 정해져 있어 대출금 상환에 큰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펀드담보대출의 경우 대외 여건 변화로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해 평가액이 줄어들게 되면 펀드담보대출을 회수하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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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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