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 =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평생 볼 오토바이를 베트남에서 다 보게 될 겁니다"
베트남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이 같은 말을 듣게 된다. 실제 베트남 호치민 탄손누트 공항에서 시내 중심가까지 나가는 동안 2차선의 좁은 도로는 오토바이로 가득했다. 중심가의 고층 건물과 어울려 개발도상국 특유의 활기가 느껴졌다.
베트남의 수도는 북부 하노이지만 경제 수도는 호치민(옛 사이공)이다. 베트남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인데 반해 이곳 호치민은 3000달러 이상으로 3배가 넘는다.
금융위기는 베트남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6% 이상 이어지던 경제성장률은 재작년 5%대로 떨어졌다. 지난 2009년에는 국영 비나신 조선소가 대출금 6억달러 중 6000만달러를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면서 국가 신용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인플레이션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작년 12월에만 18%가 올랐다. 매월 20%에 가까운 물가상승률 때문에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베트남은 원래 경제성장률을 회복하면서 개도국 특유의 ‘탄력성’을 보여줬다.
<베트남 경제성장률>
(자료 : 베트남 통계청/ 주 : 2010년 GDP는 1046억 달러로 한국의 1/10 수준)
여기에 공산당 등 지도부는 개방과 개혁, ‘도이머이(쇄신)’ 정책을 계속 추진키로 했다. 7차 사회경제개발계획안에 따르면 ▲2011~2015년 중 연 평균 8% 성장 목표 ▲개발 사업에 150억달러 투자 ▲GDP 중 서비스업, 제조업 비중 99%로 증가 등을 제시했다. 여기에 당 지도부는 올해 물가상승폭을 9% 내로 잡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개인들의 소비성향도 강하다. 저축율이 거의 10% 미만을 밑도는 반면 이들의 최저임금(월 15만원)의 3~4배에 이르는 아이폰, 갤럭시S2 스마트폰을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시내에서는 명품 상점이 곳곳에 들어서 있고, 외식 문화가 발달해 고급 음식점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기업은 물론 개인까지 은행을 통한 자금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어서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 "베트남 잠재력 무궁무진"
베트남의 한국계 은행 중 제일 진출이 빠르고 규모가 큰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작년 말 신한베트남법인과 합자회사인 '신한비나'를 합쳐 외국계 은행 규모면에서 HSBC에 이어 2위 자리를 꿰찼다.
김휘진 신한은행 부센터장은 “2015년에는 HSBC를 넘어 1위 은행이 될 것”이라며 “합병 후 자산, 고객수가 15% 이상 증가했는데 모두 현지인”이라며 신한은행의 앞 날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작년 5월부터 신한카드 서비스를 시작해 현지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2008년 문을 연 박봉철 기업은행 지점장은 “작년에만 830만 달러의 순익을 기록하는 등 성과가 좋다”며 “올해부터 신용카드 업무를 시작하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기기를 설치해 현지고객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 네트워크를 더 갖추기 위해 하이퐁, 다난에도 지점을 열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베트남 진출 국내 은행 현황>
|
진출시기 |
총자산 |
점유율 |
순익 |
우리 호치민 |
'06. 2 |
507 |
31.1% |
8.7 |
우리 하노이 |
'97. 2 |
375 |
18.9% |
5.3 |
신한 호치민 |
'95. 6 |
322 |
28.2% |
7.9 |
외환 하노이 |
'99. 8 |
177 |
4.3% |
1.2 |
기업 호치민 |
'08. 3 |
283 |
17.5% |
4.9 |
(자료 : 우리은행 / 단위 : 백만불)
최철우 우리은행 지점장은 “한국 기업 대출을 위해 현지 공장의 물건을 담보로 인정하고 있다”며 “주요 공단지역에 점포를 추가로 개설하고, 네크워크도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주사 차원에서 베트남 법인화 또는 현지은행 인수합병(M&A)를 고려 중이다.
홍성혁 하나은행 사무소장은 “베트남 경제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연내 하나은행 호치민 지점 개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의 자회사 편입 이후 하나은행의 지점 개설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특유의 경쟁력으로 돌파 의지 보여
베트남에는 현재 국책, 민영, 외국계 은행을 포함 130여개가 난립해 있는 상태다. 여기에 공산주의 국가다 보니 관치(官治)와 규제 역시 심한 편이다.
<대표적 규제 사례>
동일인 여신한도, 본점의 15%에서 지점의 15%로 축소 |
각 지점 연단위 여신증가율 20%로 제한 |
금융관련 법령 미비 (20년 전 법으로 규제) |
모든 은행, 1년에 지점 두 개 씩만 개설 가능 |
현지 은행 관계자들은 이런 규제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법령에 없다는 이유로 신상품 출시가 취소되거나 지점 개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베트남 중앙은행 총재 책상에서는 현재 전세계 은행 50곳 이상의 지점 인가 신청서가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지 은행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베트남과 한국이 수교를 맺은지 20주년이 되는 해”라며 “경제 교류, 한류로 양 국가가 가까워진 만큼 금융 규제도 풀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계 은행들은 규제 완화 흐름을 잘 활용함과 동시에 현장 중심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승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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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