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의제기 불가능한 조직"

(권순욱의 정치토크②)한겨레 기고하던 금태섭, 압력받기도

입력 : 2012-02-23 오후 3:20:12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수뇌부의 사법정책에 대항해 일선 법관들이 개혁의 목소리를 내는 이른바 '사법파동'을 통해 법원이 뼈아픈 개혁과정을 거치는 반면, 검찰은 '이의제기' 자체가 불가능한 조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관들의 집단행동을 일컫는 사법파동은 '2009년 촛불재판 사태' 등 그동안 네 차례 발생했고, 이 가운데 두 차례나 대법원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반면 검찰은 그동안 대검 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조치에 집단반발하는 모습을 보여 법원과 대조적이었다.
 
지난 21일 열린 뉴스토마토의 '권순욱의 정치토크'에 참석한 박성수 변호사(민주통합당 강동을 예비후보·고 노무현대통령 법무비서관)와 금태섭 변호사(법무법인 지평지성), 김인원 변호사(민주통합당 중구 예비후보·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권한이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점' 탓에 검찰 스스로 '개혁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박 변호사는 "중수부나 서울지검 특수부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혹은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을 주로 처리한다. 그러다보니 (검찰 조직은)결국 총장의 직접적 주의를 받고 있는 부서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이 (수사결과를)좌우하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중립성·독립성 의지가 확고한 검사들은 정치적인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수사하지만, 집중된 권한을 행사하는 지휘부가 정치적 편향성을 나타내면 검사가 소신껏 자신의 의사를 표명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검사 개인이 수뇌부와 '다른 의견'을 피력했을 경우 검찰조직은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며,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 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다는 설명이다.
 
금 변호사는 "사법부는 수년 간 '내부 개혁'을 위해 노력해온 반면, 검찰은 반복되는 침묵을 통해 오랜 시간동안 국민들에게 '불신'만을 심어줬다"고 비판했다.
 
금 변호사는 이어 "다음 정권의 첫 번째 개혁과제 대상은 '검찰'이 될 수 밖에 없다. 외부에 의한 개혁이 시행돼 검찰의 권한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면서 "이 같은 신뢰기능 하락은 검찰 스스로 내부개혁 움직임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한 탓"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실제 검사 조직 내부에서도 '개혁'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다만 한 목소리로 표출되지 못했을 뿐"이라며 "외부로 나와서 자연스럽게 개혁 목소리를 내는 부분은 검사들이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검사 동일체의 원칙(검사는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명하복의 관계에서 일체 불가분의 유기적 조직체로 활동해야 한다는 원칙)'이 검찰 내부의 폐쇄적인 조직문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발언도 나왔다.
 
박 변호사는 "대법원은 대법원장들이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한다. 또 법원은 보직 간의 우열이나 편차가 없다"며 "법원은 비교적 자유로운 독립기관이라서 판사들의 다양한 견해, 즉 일부 진보적인 견해가 나오더라도 안에서 수용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검찰의 문제는 장관에게 집중된 '인사권'과 총장에게 집중된 '수사권'에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일선 검사들에게는)지휘부의 눈치·정치적 성향·철학이 영향을 미칠거라고 본다. 검찰은 법원처럼 하나의 조직을 형성해서 윗사람들한테 얘기를 하고 스스로의 잘못을 지적하는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 변호사는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한 일간지에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을 기고했다가 '조직논리'에 밀려 자의반타의반 검찰을 떠난 바 있다.
 
금 변호사는 '검사를 그만둔 것과 관련, 내부 압력이 있었는지'에 대해 "내부 압력이라기보다는 찬반론이 대립했다. 비공식적으로 그만쓰라는 말도 들었고, '쓰겠다'고 하면 조치를 취하겠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초임검사나 4~6년차 검사까지는 정의감이라든지 사회적인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 그런데 10~20년차가 지나 간부급이 되면 보수화된다. 검찰은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되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금 변호사는 "정부가 검찰에게 권한을 주고 잘해주다보면 검찰 내부적으로 자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서로 간 긴장관계를 갖지 않으면 검찰 내부가 썩어들어갈 수 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는 검찰과 긴장관계를 유지했는데, 현 정권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사건관계인'과 소통하지 않는 검찰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근엄함 행정기관' 모습으로 각일된 뿐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 변호사는 '형사사건을 처리하는 검찰의 일방적 방식'때문에 국민들의 불신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검사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검찰청에 찾아온 국민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않는다. 검사들이 사건관계인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그들과 소통해주면 불신의 벽을 허물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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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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