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고유가·대중교통비 인상에 걸어다닐 판

유류세 인하 계획 없다..서울 대중교통비 16.6% 인상

입력 : 2012-02-25 오전 11:14:06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이제 1000원 한장을 가지고 버스나 지하철을 탈 수 없게 됐다. 고유가에 못이겨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사람들은 이제 걸어다닐 판이다.
   
오늘 첫 차부터 서울의 버스와 지하철 기본요금이 150원(16.6%) 인상돼 1050원이 됐다. 150원 인상이라고 하지만, 안 그래도 고물가·고유가·고금리 등 삼중고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이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대중 교통비를 인상한 서울시를 탓할 수만은 없다.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이 오르는 것은 4년 10개월 만이라고 한다.
 
서울시는 5년간 누적된 운영적자 3조5089억원을 해소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기본요금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대중교통비 인상을 발표한 다음날, 이례적으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시를 비난하고 나섰다.
 
박재완 장관은 서울시의 교통비 인상과 관련해 "많은 지자체가 공공요금 인상 요인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서울시만 교통요금을 큰 폭으로 인상했다"며 "인상폭이 두자리 숫자인 것은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과히, 민망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대체 수단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인가?
 
국민뿐 아니라 정치권과 소비자시민단체에서 유류세를 낮춰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 1년이 다 되어 간다. 자고 나면 기름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하지 않겠다며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08년 유류세를 인하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인하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르다. 유류세를 인하하면 정부로서는 거둬들일 수 있는 세수가 감소해 꺼려하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정부가 거둬들인 유류세는 18조4000억원에 달한다. 소비자시민모임
이 2011년 유류세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유류세를 2010년보다
9779억원이나 더 걷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정부가 거의 5년만에 대중교통비를 올린 서울시를 비판할 자격은 없어 보인다.
 
적어도 서울시는 국제유가 인상 등 원료비 상승 등의 요인을 감내하다가 정부가 인상시기를 조정해달라고 해서 미루다가 현재로 결정한 것이다.
 
반면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서울시의 대중교통비 인상 결정에 삿대질을 하기 전에 유류세를 인하하라는 여론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통계청의 2011년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한 해동안 국민들은 허리띠를 있는대로 졸라맸다. 2011년 한 해동안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84만2000원으로 실질적으로 전년대비 1.7% 증가하는데 그쳤다. 소비 지출은 239만3000원으로 전년대비 0.6% 늘었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전년과 비교해 식료품과 음료(술 제외)·교통 부문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감소했다.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국민들은 아끼고 또 아낀 것이다. 
 
특히, 기름값 등의 운송기구 연료비의 소비가 9.7% 늘었다. 서울지역 보통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0월24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출이 증가한 것이다. 
 
당분간 국제유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아 국내 기름값의 고공행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사태에 따른 중동의 정세 불안이 여전한 가운데 달러화 약세 등 국제유가가 상승할 요인이 여럿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오른 대중교통비가 내릴 확률은 거의 없어 보이고, 국제유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이래저래 국민들만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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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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