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서울시의 개포주공단지 재건축 소형주택 비율 50% 이상 방침은 강남구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역차별을 하는 것이다. 주민 모두를 투기꾼으로 몰아가는 것도 참을 수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이번 건은 지구단위 계획에 공람공고가 다 끝난 상황에서 앞뒤도 없이 뒤엎는 거다. 이젠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이같은 불만을 쏟아냈다.
단지 곳곳에는 서울시의 소형주택 비율확대를 비판하고, 재건축정비사업 계획을 즉각 통과시켜 달라는 현수막들이 어지럽게 걸려있었다.
컨테이너안에 마련된 재건축추진위원회 사무실에 들어서자 주민들은 시의 소형평형 확대와 이를 조례로 의무화하려는 것에 대해 긴급회의를 벌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영수 개포주공2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 조합장은 “너무 노후주택이라 불안해서 못 살 정도”라며 “식상하지만 배관은 녹이 슬고 해동기 때는 배관이 터져 아래층에 돈을 물어줘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조합장은 이어 “2단지의 경우 서울시의 소형주택 비율 50% 이상 방침에 이미 충족했다. 430가구 가운데 618가구가 도시정비계획에 올라가 있다”면서 “하지만, 서울시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 믿을 수가 없어 이처럼 반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방침에 대한 개포지구 재건축 단지들 거센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근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고 매수문의가 끊긴 상태다.
배은희 개포부동산 대표는 “서울시의 소형주택 비율 확대 발표가 나오자 기존에 계약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계약을 연기하거나 아예 취소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가격이 기존보다 3000만원 가량 빠져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썰렁한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개포주공 1단지 주민 강재구(51) 씨는 “2006년에 소형평수 의무비율을 4:4:2에서 2:4:4로 하면서 대형평수에 대한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예측 때문에 대형평수 가격이 폭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박원순 시장이 50% 소형평수 의무비율을 적용하면 일시적으로 소형평수 수요가 발생하겠지만, 나중에는 대형평수의 가격이 올라가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며 서울시의 졸속 정책추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한 주민은 “지금 고덕이나 등촌, 가락은 정비지정고시가 끝나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개포단지가 먼저 시작했으나, 서울시에서 강남이라는 이유로 계속 딴죽를 걸어 재건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편, 개포주공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오는 29일 시청 광장 대규모 시위를 시작으로 앞으로 서울시 조합과 연대해 시와의 대립각을 더욱 날카롭게 세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