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삼성-CJ, 상속재산 다툼 과연 어디까지?

입력 : 2012-02-28 오전 7:14:01
[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앵커 : 삼성과 CJ그룹간 미행논란으로 지난 한 주 재계가 술렁였는데요. 지난 주말에는 CJ 측 인사와 삼성 재산분할 소송의 당사자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회장 소송대리인이 소송직전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CJ측의 치밀한 사전기획 소송설이 급속히 퍼지고 있습니다. 관련 사실을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 네. 지난 12일 이재현 CJ(001040) 회장의 아버지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을 상대로 7000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 직후 CJ측은 소송에 대해 관여한 바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했는데요. 지난 24일 일부 언론을 통해 CJ제일제당(097950) 법무담당자와 소송 대리를 맡은 화우의 변호사가 이맹희 회장이 살고 있는 중국으로 동반 출국한 사실이 드러나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지금까지 ‘관련 소송에 대해 개입한 적도 아는 바도 없다’라는 자세로 일관했기 때문에 관련 사실에 CJ측이 상당히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앵커 : 주말 내내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기획소송설에 휘말린 CJ가 공식입장을 오늘 오전에 발표한다고 했는데요. 내용은 어떤 것인가요?
 
이번 소송의 배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성 보도가 쏟아져 나오자 CJ 측이 ‘왜 화우 측과 관련 내용에 대해 법률 검토를 했는지, 이번 소송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발표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CJ측은 아무런 자료도 내지 않았는데요. 이유는 자료를 내는 순간 더 많은 의혹과 설들이 난무하면서 삼성과 CJ그룹 모두 구설수에 더 휘말리는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발표하려 했던 자료는 CJ가 ‘이번 소송을 사전에 미리 알았지만 개입하거나 기획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동안 소송 자체에 대해 전혀 몰랐다던 공식입장과는 다소 다른 입장이었구요.
 
CJ그룹은 이맹희씨가 소송을 낸 직후 그룹의 고위관계자 2명이 이맹희씨를 만나 원만한 해결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지난 주에도 이맹희씨를 찾아가 소송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하는 내용이 공식 보도자료에 담겨질 예정이었습니다.
 
어쨌든 이맹희씨는 CJ그룹 관계자의 ‘원만한 해결’ 요청에 특별히 대답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지난 주 삼성 측의 이재현 회장 미행 논란이 붉어지자 이맹희씨가 끝까지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 삼성 측의 이재현 회장 미행 사건. 사실이라면 참 영화같은 일입니다. 삼성이 우리나라 정보기관보다 정보가 빠르다는 의심을 항상 받아오고 있던 터라 CJ가 삼성의 미행 주장을 내놨을 때 ‘그럴 수도 있다’는 세간의 의견이 많았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 거 같나요?
 
지난 주에 언론을 통해 삼성 미행 의혹이 대대적으로 보도가 된 뒤에 경찰 고소를 통해 관련 사건이 수사기관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미행이라는 것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기도 어렵고, 형사상 처벌이 미약하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CJ가 피해자이면서도 뭔가를 노리고 삼성 쪽의 비도덕성을 극대화시키려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특별한 이유없이 삼성물산(000830) 감사팀 관계자가 이재현 회장 집 근처를 렌트카를 이용해 아침부터 수시로 배회했고, 주변에서 대기하는 등 이상 행동을 한 것은 충분히 CJ 측의 의심을 받을 만 했습니다.
 
사실 CJ가 소송 건처럼 원만한 해결 의지가 있었다면 미행 의심이 들었을 때 바로 삼성에 미리 연락해서 항의했어야 하고, 안되면 민사소송 등으로 진행할 수 있었는데도 형사고발을 강행한 것은 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만 불러일으키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다고 삼성 관계자가 이재현 회장 자택 근처를 특별한 이유없이 배회했던 관련 행위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앵커 : 그렇군요. 취재 기자 입장에서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기자 : 일단 삼성 쪽은 상속 문제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는 입장이고 법적으로도 아무 하자가 없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하지만 화우 쪽에서도 CJ 측과 공동으로 작업했을 때 이미 검토를 끝냈고 승소를 자신하고 있는데요.
 
만에 하나 이맹희씨가 승소를 하게 되면 이건희 회장은 최소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의 재산을 나눠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소송 자체가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이건희 회장의 다른 형제들이 전부 소송전에 참여했을 때 가능한 측면이 있어 현실성이 다소 떨어집니다.
 
문제는 이런 법적 공방이 오가는 동안 삼성이나 CJ가 받을 부정적인 시선입니다. 현재도 삼성이나 CJ, 이맹희씨나 이건희 회장에 대한 세간의 시선을 곱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맹희씨가 야인으로 살고 있다지만 국내 굴지의 CJ그룹 회장의 아버지인데다, 이건희 회장은 전세계적으로도 거부잖아요. 그런 부잣집 영감님들이 아버지 재산을 놓고 티격태격 하는 모양새 자체가 일반인들에게는 상당히 거북해 기업 이미지 자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또 기업적으로도 삼성이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지만 법 해석은 논란의 여지가 있으니까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발생하는 악성 이미지는 시장의 불안의 키울 수 있습니다.
 
크게 보면 소송 자체가 두 그룹 모두에게 악성 이미지에 대한 충격을 안받을래야 안받을 수 없습니다.
 
앵커 : 한가지 더 물어보죠. 이 기자 같으면 어떻게 하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요?
 
기자 : 우선, 삼성이 비공식적으로라도 CJ 측에 사과를 해야 합니다. 삼성은 아니라고 하지만 제가 볼 땐 삼성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은 몰라도 감시하거나 동향 체크를 한 것이 맞아 보입니다.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 겁니다.
 
삼성물산 관계자가 충성심에서 단독 행동을 했다 하더라도 삼성 사람이잖아요. 당연히 그룹 차원에서 책임을 져야죠. 지금처럼 아니네 다른 이유였네는 얘기가 안된다 생각합니다.
 
그 이후 CJ 쪽에 소송에 대한 원만한 해결을 위해 움직여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해결에 대한 확실한 보상을 삼성이 보장하면 CJ도 말도 안 통하는 고위관계자만 보내지 말고 직접 이재현 회장이 원만한 해결을 위해 움직여야 이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고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소송 당사자인 이건희 회장이나 이맹희씨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두 사람 다 보통 사람들은 아닌데다 재산이 걸려있기 때문에 주변의 요구와 달리 서로의 자존심을 꺾지 않고 합의없는 장기 소송전으로 갈 가능성도 분명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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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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