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선영기자] 일본의 반도체업체 엘피다가 주식시장을 발칵 뒤집어놨다. 엘피다의 법정관리 신청 소식에 국내 D램 업체는 물론 반도체 패키징, 장비주들이 동반강세다.
27일 엘피다는 경영 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회사갱생법(파산보호신청)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지난 주 엘피다는 정부 및 채권단 등과 자금 지원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되면서 결국 파산보호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도쿄증권거래소는 엘피다 주식을 향후 1개월간 정리매매 후 3월28일 상장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엘피다, 경쟁력 약화 불가피..D램값 상승 '불씨'
엘피다의 파산보호신청은 법정관리를 받겠다는 얘기다. 단기간에 파산은 면했지만, 엘피다의 점유율 하락과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따라 증권가에서는 D램 수급과 D램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택림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엘피다의 단기 시장 퇴출 가능성은 낮으나 향후 구조조정 및 투자여력 제한으로 장기 경쟁력은 약화될 것"이라며, DRAM 수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 시점에서 공급제한에 따른 OEM 업체들의 DRAM 재고 축적 수요가 증가되어 가격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안정화 될 것"으로 판단했다.
박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엘피다의 파산보호 신청은 D램 가격에 긍정적일 전망"이라며, "PC D램 가격은 상승폭이 확대되고, 모바일 D램 가격은 하락폭이 둔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마이크론 등과의 통합 가능성이 남아 있으나, 시너지는 미지수"라며, "파산보호신청만으로도 D램 산업에 긍정적이고, 마이크론 등과의 통합이 성사되더라도 결국 D램의 공급 감소로 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종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엘피다의 파산 신청 이후 구조조정의 진행을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서 히로시마 Fab에 대한 단계적인 생산 감축과 매각 추진이 유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2012년 2분기 이후 글로벌 D램 수급에 실질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엘피다의 구조 조정은 D램 가격의 본격적인 상승을 가져올 수 있는 일종의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엘피다 위기..韓반도체 업체의 점유율 확대 '기회'
엘피다의 위기로 현재 삼성전자, 하이닉스, 엘피다, 마이크론의 4강 구도는 3강의 과점 체제로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즉각적인 생산 중단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을 단기간에 급등시키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정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국내업체들은 경쟁업체 탈락으로 시장점유율 확대가 가능하고, 가격 결정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여 모바일 D램 시장에서 경쟁하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게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D램 평균 판가가 기존 예상대비 5%p 상향될 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각각 9410억원, 56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한다"며, "엘피다에 대한 구체적인 구제방안 및 관련협의에 대한 추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하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은 분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택림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시간 소요에 따른 적기 투자 지연 및 구조조정에 따른 캐파 축소로 인해 엘피다와 한국 반도체 업체(삼성전자, 하이닉스)와의 기술과 캐파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형식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D램 업체들은 일본 엘피다보다 ▲미세공정 전환에서 6~9개월 정도 앞서 있고 ▲스페셜 디램 M/S도 높고 ▲디램 및 낸드를 혼용 생산하여 혼합생산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다"며, "엘피다의 파산 신청은 국내 디램 업체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D램 시장점유율 추이>
자료: Gartner, KTB투자증권
◇반사이익 수혜주 넘버원 '하이닉스'
당초 예상보다 빠른 엘피다의 파산은 관련 주가에도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주에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하며 엘피다 위기의 반사이익 최대 수혜주로 하이닉스를, 차선호주로 삼성전자를 꼽았다.
임돌이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 모바일 D램 시장 세계 2위 자리를 엘피다에 빼앗겼던 하이닉스의 수혜정도가 더 클 전망"이라며, "삼성전자는 이미 4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엘피다 이탈 고객들이 하이닉스 쪽으로 더 많이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권고한다"며, "특히, 엘피다와 모바일 D램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을 벌이던 하이닉스가 최대 수혜주"라고 설명했다.
최도연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엘피다의 위기는 결국 메모리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연결될 전망이어서 중장기적으로 국내업체들에게 긍정적"이라며, "삼성전자(목표가 135만원), 하이닉스(목표가 3만4000원)를 매수 추천한다"고 밝혔다.
김형식 토러스투자증권은 "과거 키몬다 청산 이후 D램 가격이 급격하게 반등했던 학습효과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도체 업종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하고 삼성전자(목표주가 142만원)와 하이닉스(목표주가 3만4000원)를 추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