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말 많고 탈 많은 여신전문업법(이하 여전법) 개정안이 '정부가 수수료율을 정한다'는 내용을 그대로 담은 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카드사 등은 시장자율을 붕괴하는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전법 통과를 강해하자 '선거용 관치금융'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반면, 자영업자들은 개정안이 적용되면 대기업이 장악한 전쟁터에서 그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다며 환영했다.
◇시장자율 붕괴..카드사 부실도 정부 몫?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여전법 개정안이 전날 국회 본회의를 원안대로 통과했다. 여전법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지 19일만이다.
여전법 개정안 중 카드업계와 경제전문가들의 반발이 큰 대목은 '정부가 우대수수료율을 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18조의 제3항이다.
카드수수료율 즉 가격을 정부가 정하도록 한것은 시장자율을 붕괴하는 관치금융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는 가격인데 이를 정부가 정하는 것은 시장경쟁 논리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카드사가 부실해져 정부가 부실까지도 책임지면 결국 공적자금이 투입돼 국민 세금이 쓰일 수밖에 없어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80%에 가까운 중소가맹점이 수수료인하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이 적용되면 오히려 영세 가맹점보다 덩치큰 가맹점이 이득을 보는 구조여서 서민을 살리겠다는 당초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총선이 한달 가까이 다가온 시점에서 개정안 통과가 강행돼 정치논리에 급급한 '인기몰이식 법안'아니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합리적인 수수료체계가 이뤄지지 않고 장기간 이어지다보니 결국 정부가 가격결정을 하는 부작용이 발생한 셈"이라며 "수수료 체계가 개선돼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총선을 의식해 정치권에서 근거없이 다른 목적에 의해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잘못된 행태"라고 비난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오는 4월 국회에서 재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가격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분명 잘못된 부분"이라며 "쉽지 않겠지만 4월 국회에서 여전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영업자 "카드사 주장은 '밥그릇 챙기기' 불과"
카드업계와 달리 자영업자들은 여전법 개정안이 통과된데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다.
오호석 유권자시민행동 상임대표 겸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회장은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확장이 판을 치는 형국에 카드수수료율까지 낮게 적용 받는 것은 너무했다"며 "카드 수수료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내용을 담은 이번 개정안이 통과한 것에 환영한다"고 말했다.
카드 사용이 보편화된 시점에서 카드사들이 주장하는 시장논리는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승재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사무총장은 "현재 카드가 화폐의 60~70%를 대체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카드는 이미 '준화폐'나 다름없어 공공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정부 개입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장경쟁 논리상 가난한 사람은 이자가 비싸기 때문에 은행금리에 대해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1000원 단위도 카드 결제를 하는 상황에서 카드사가 민영기업이라는 이유를 들어 규제를 피해가려는 것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고 비판했다.
카드업계에서 추진하는 재개정안을 지켜본 후 규탄집회나 기자회견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최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만장일치나 다름없이 통과된 법안을 가지고 재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카드사나 금융위의 움직임을 보면서 금융위 앞에서 기자회견이나 집회도 개최할 계획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