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는 국민들..그럼에도 차는 샀다?

"고유가에 대처"..경차·대형차 판매 선전

입력 : 2012-02-28 오후 4:23:27
[뉴스토마토 임애신·윤성수기자] 지난해 국내·외 경기둔화 우려와 고유가 부담 등으로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 매면서도 자동차는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들은 어차피 차를 사야하는 상황이라면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정부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차를 선호했다.
 
반면 대형차는 향상된 연비와 고품질을 내세워 판매 호조를 누리며, 경차와 대형차 모두 연간 사상 최대치 판매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으로 따지면 전년에 비해 1.5% 늘었다. 증가세가 주춤한 가운데 연간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기저효과로 인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자동차 구입지출 16% 증가..'기저효과' 때문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연간 월평균 가계소득과 소비지출은 각각 384만2000원·239만3000원으로 전년보다 4.6% 증가했다. 물가 상승분을 감안한 월평균 실질 소득은 1.7% 상승한 반면 소비지출은 0.6% 늘었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 증가율을 살펴보면, 지난해 국민들은 2010년과 비교해 식료품·음료(술 제외)와 교통 부문의 소비만 늘었다.
 
이 중 자동차 구입이 눈에 띈다. 작년 자동차 구입은 16.1%나 증가했다.
 
이는 기저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 2010년에 1999년 12월31일 이전에 등록된 중고차를 새 차로 교체할 경우 개별 소비세와 취득세·등록세를 각각 150만원·100원씩 감면해줬다.
 
때문에 2010년에 실질적으로 차 구입은 늘었음에도 소비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감소하면서 자동차 구입이 급증한 것이다.
 
실제로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11년 12월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자동차 등록대수가 1843만7373대로 집계됐다.
 
연도별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지난 2003년 1458만대에서, 2005년 1540만대, 2007년 1643만대, 2009년 1733만대, 2010년 1794만대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한 관계자는 "2010년에 가구당 자동차 소비 증감률은 -11%"라며 "이로 인해 지난해에는 소비가 엄청나게 증가하지 않았음에도 급증한 것으로 수치상 보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동차는 내구재로 경기가 안좋으면 많이 안팔리고 경기가 괜찮아지면 소비가 증가한다"며 "과거 자동차 구입 통계를 토대로 평준화 시키면 자동차 구입이 추세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2010년에서 2011년에 자동차 구입비가 급증한 것은 기저효과 영향이 커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내수불황에 車시장 양극화 심화
 
경기에 민감한 자동차 시장은 휘발유값 급등까지 겹치면서, 작년 한해 차종별 판매 양극화가 심화됐다.
 
고유가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유지비에 강점이 있는 경차, 향상된 연비와 고품질로 판매 호조를 누린 대형차, 넓은 공간의 실용성을 갖춘 CDV(미니밴) 등의 점유율이 상승했다.
 
대형차의 경우 현대차(005380) 그랜저를 필두로 하는 준대형차가 작년 인기를 끌면서 내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2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대형차(준대형 포함)가 차지하는 비중도 12.6%(2010년)에서 지난해 17.3%로 크게 증가했다.
 
기존의 인기를 끌던 중형차의 점유율(20.4%)를 따라잡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준대형차 및 대형차 판매가 증가한 것은 그랜저 등 신차 효과가 주효했다"며 "연비가 향상되고 디자인이 한층 젊어진 신형 모델이 출시되면서 기존 중형차에서 '갈아타려는' 수요까지 흡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비가 높은 경차 비중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으나, 소형차·중형차 비중은 뚝 떨어져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경차는 작년 국내 시장에서 18만4899대 판매돼 기존 대우자동차 티코가 경차 시장의 문을 연 지난 1992년 이후 최고 실적을 냈다.
 
이에 따라 작년 경차의 판매 비중은 전년(13.2%)에 비해 2.1%p 늘어난 15.3%을 기록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경차나 소형차는 젊은 소비자가 첫 차를 고르거나 준대형차를 보유한 가정이 두 번째 차를 구입할 때 가격 경쟁력과 경제성 면에서 유리해 인기를 끈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뉴스토마토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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