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1년 뒤에 30%의 점유율을 기록하겠다."
사카모토 유키오 엘피다 사장은 지난 27일 파산보호신청을 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재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엘피다가 자력으로 1년 뒤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일본 현지 언론마저 회의적이다. 한국의 삼성전자를 추격하기엔 기술 경쟁력에서 뒤쳐져 있어서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물 건너갔던 타 업체와의 제휴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8일 일본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엘피다의 제휴 협상 대상자로 미국의 마이크론과 일본의 도시바가 거론되고 있다. 두 회사는 엘피다가 파산보호 신청을 내기 전 인수와 제휴설에 휩싸였던 공통점이 있다.
마이크론은 27일 엘피다가 파산보호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앞서 엘피다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마이크론과 제휴를 통해 하이닉스를 제치고 업계 2위로 도약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재건안을 주거래 은행에 제출했으나, 지난 4일 스티브 애플턴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면서 통합 협상은 성사되지 못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티브 전 CEO는 엘피다와의 통합에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경영 통합에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최근까지 논의를 진행해 온 만큼 협상이 다시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4위인 마이크론 입장에서는 3위이자 경쟁자인 엘피다의 위기를 잘만 활용하면 인수합병이나 제휴 등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도시바와의 제휴설도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HS의 미나미카와 아키라 수석 애널리스트는 "도시바와 제휴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사키 노리오 도시바 사장은 지난 1월 일본 경제단체 신년회에서 엘피다와의 제휴설이 돌고 있는 것에 대해 "현재 경영 상태로 함께 하는 것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지만, 현재 상황에서 그의 발언을 곱씹어보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설명이다.
엘피다가 기업 회생을 통해 채무 면제, 적자 해소가 될 경우 도시바에서 통합을 검토해볼만 하다는 것이다.
또 낸드플레시 메모리 생산업체인 도시바가 D램 제조사인 엘피다와 손을 잡게 될 경우 상호보완적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3분기 기준 D램 세계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005930)가 45.1%로 1위,
하이닉스(000660)가 21.6%로 2위, 엘피다와 마이크론이 각각 12.2%와 12.1%로 각각 3, 4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