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KT 사장에서 물러난 뒤 7년 동안 10여 개에 달하는 민간업체와 정부기관의 고문ㆍ이사장을 겸직한 것으로 드러나 입길에 올랐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은 5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가 지난 2000년 12월 KT 사장직을 사임한 뒤 2002년 5월 애니유저넷 고문을 시작으로 KT 고문, 에이스앤 파트너스 고문, 에이스테크 고문, 에이스안테나 사외이사, 글로발테크 고문, 인터넷진흥원 이사장, 전파진흥원 이사장을 지냈다면서 “이 후보자는 무슨 고문 전문가냐”고 꼬집었다.
전 의원은 “특히 이 후보자가 지난 2006년 3월에서 같은 해 6월까지 에이스테크 고문, 에이스안테나 사외이사, 인터넷진흥원 이사장 등 3개 기관에서 겸직을 한 것으로 확인됐고, 바로 직후인 2006년 6월에서 2008년 12월까지 글로발테크 고문, 인터넷진흥원 이사장, 전파진흥원 이사장 등 역시 3개 기관에서 겸직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준정부기관 이사장으로 재임하면서 민간기업, 그것도 정보통신제조업체로부터 고문료를 지급 받은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퇴임한 고위공직자를 기업이 영입하는 이유가 공직자의 영향력을 기대하는 것인 만큼 이 후보자의 처신이 도덕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전 의원은 “해당 민간기업은 후보자가 당시 이사장으로 있던 인터넷진흥원과 전파진흥원에 각종 인허가 편의가 예상될 수 있는 업체”라면서 “공교롭게도 이 후보자가 경영자문을 했다는 세 개 회사는 후보자가 고문으로 재임하는 순간 KT의 수혜를 입었다”고 말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애니유저넷은 이 후보자가 고문으로 취임한 2002년 5월 ‘KT 중소기업기술혁신 프로젝트 공개입찰’을 수주했고 그해 7월 KT와 컨소시엄을 통해 인터넷전화 도입 사업자로 선정돼 7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또 에이스앤 파트너스는 이 후보자가 2005년 1월 고문으로 취임한 직후 KT 와이브로 사업 협력업체로 선정되면서 주가가 급상승했고 이후 KT와 공동으로 다수 연구를 수주하기도 했다.
글로벌테크 역시 지난 2006년 이 후보자가 고문으로 취임한 뒤 당시 KT의 자회사인 KTF와 200여억 원에 달하는 납품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그 뒤 이 후보자가 근무한 2009년까지 3년 동안 총 540여억 원의 납품계약을 KT와 체결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글로벌테크’라는 데서 고문을 맡아달라고 했기 때문에 맡았고 고문료는 정보통신분야에 대한 내 경력을 인정해 그쪽에서 준 것을 정당하게 수령한 것”이라며 “나는 로비의 ‘로’자도 모른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