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삼성전자, '망중립' 논란 기술력으로 돌파한다!

데이터 압축·효율성 제고로 트래픽 해결

입력 : 2012-03-07 오후 2:00:31
[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머지않은 장래에 데이터 트래픽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할 솔루션이 나올 것입니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2'에서 통신사업자들의 망 이용비 분담 요구를 들어줄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국가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삼성전자(005930)가 최근 제조사와 통신사 간에 불거지고 있는 '망 중립성' 논란을 특유의 기술력으로 종식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망 중립은 '네트워크 사업자가 모든 콘텐츠를 차별없이 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지난달 KT(030200)가 과도한 트래픽을 이유로 삼성 스마트TV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면서 통신·제조업계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스마트TV에서 불거진 논란임에도 불구, 휴대폰 수장인 신종균 사장이 입을 연 것은 롱텀에볼루션(LTE) 시대 들어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하는 데이터량도 막대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직 초입단계인 LTE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해 이용자가 몰리면 제조사-통신사 간 마찰이 더 자주 빚어질 우려가 크다.
 
MWC 2012 기간 열린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이사회에서도 애플·구글 등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네트워크 투자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등의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져 제조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대응해 삼성이 대용량 데이터를 압축시키는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박준호 삼성전자 전무도 지난달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현 시점에서 밝히긴 이르지만 내부적으로 데이터를 압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적절한 때가 되면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삼성의 이같은 행보에 통신업계에선 그 실효성을 의심하는 눈치다. 사실 스마트TV 등에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은 이미 한 차례 압축을 거친 것이다. 따라서 이미 용량을 축소한 데이터를 아무리 재압축해도 어떻게든 트래픽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TV는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망 구성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이 문제이기 때문에 삼성의 주장처럼 앱의 용량만 줄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며 "아무리 획기적인 기술로 트래픽을 압축해도 근본적인 처방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을 감안해 삼성은 데이터 압축 기술과 더불어 인터넷 망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이상철 LG유플러스(032640) 부회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전거길'을 넓혀 트럭도 이동시킬 수 있게 만들자는 것이다.
 
현재 기업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대부분 조직들의 통신 인프라는 '전송 제어 프로토콜(TCP)/인터넷 프로토콜(IP)' 방식을 표준으로 하고 있는데, 이 프로토콜은 다량의 데이터를 한 번에 보내기 어렵다는 구조적인 결점을 안고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해 TCP/IP 회선을 최대한 활용토록 한다는 게 삼성 측 복안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TCP 프로토콜은 데이터 전송 초기에 네트워크 대역폭을 최대한 활용할 수 없고, 전송 시간도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며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데이터 전송 시 다중 채널을 사용해 대역폭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식을 삼성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TCP에서 데이터를 보내는 작업이 컵에 담긴 물을 한 개의 빨대로 마시는 것과 같다면, 이제는 여러 개의 빨대를 꽂아 한 번에 보다 많은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다.
 
삼성은 현재 이런 콘셉트의 솔루션을 인터넷망에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 KT 등 통신사업자들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 압축과 달리 TCP 효율성과 관련된 사항이라면 마땅히 망 주인인 사업자들과도 논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망 이용대가 지불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KT 등이 삼성의 자체 개발 솔루션 적용 여부를 논하는 자리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업계에선 통신사들이 망중립성을 핑계삼아 궁극적으로 인터넷 종량제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인터넷도 전기처럼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삼성이 어떤 기술을 개발해 내놓든 스마트 기기의 트래픽 과부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네트워크 투자비용을 분담하는 것"이라고 기존 통신업계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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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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