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둘러싼 CNK(씨앤케이인터내셔널)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 김은석 전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54)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8일 기각됐다.
검찰이 CNK 의혹 관련자들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
검찰은 지난달 24일 CNK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 가운데 처음으로 CNK 기술고문 안모씨(75)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으로부터 기각 결정을 받았다.
안씨에 이어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김 전 대사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됨에 따라 검찰은 당혹스러움과 함께 강한 불만을 표출해냈다.
사건 핵심 인물에 대한 영장이 잇따라 기각결정을 받으면서 검찰 수사는 상당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검찰, 영장기각에 당혹..강한 불만
검찰은 김 전 대사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것에 대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의 고위 관계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CNK사태가 발생하게 된 중심에 김 전 대사가 있다. 기획은 CNK 오덕균 대표가 했지만 김 전 대사가 없었으면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라면서 "사람 죽일 때 오 대표가 목을 졸랐다면 김 전 대사가 팔다리를 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공모가 아니라는 것이냐"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시대 검찰은 개구리 왕눈이인 것 같다"면서 "로또랑 유원지 인형맞추기를 착각했다. 인형맞추기는 어느 정도 실력이 있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법원의 영장발부가 운에 맡기는 '로또'와 같다고 비유하면서 법원의 영장기각판결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재미없는 수사가 열 받게 한다. 사건이 지저분한데 진행도 지저분하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은석과 오덕균, 수백번 통화하고 메일 나눴다"
검찰은 김 전 대사와 오 대표의 공모혐의에 대해 충분히 밝혀냈다고 보고 있다.
법원이 영장기각사유로 "주가조작과 관련한 공범들과의 공모관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를 든 것에 대해 검찰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대사는 카메룬 광산의 다이아 매장량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한 이메일에는 '더 이상 픽션으로 버티기 힘들다'는 내용도 나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 전 대사가 만약 이메일을 보냈다면 영장이 기각된 것이 이상하다"는 물음에 "판사에게 물어보라. 이 정도면 카메룬에 있는 오 대표가 들어와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전 대사와 오 대표의 통화횟수가 수백회에 이른다"면서 "감사원이 조사에 착수한 이후에도 꾸준히 통화했다. 결정적인 일이 있을 때마다 수십회씩 통화했다"고 밝혔다.
◇오덕균 CNK대표 조사, 수사 종착역 될 듯
결국 CNK 주가조작 의혹 수사는 오 대표의 귀국이 이뤄져야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오 대표는 금융당국이 CNK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 1월 카메룬으로 출국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시작된 직후 "오 대표의 부재가 CNK수사 출발에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이륙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핵심 인물인 오 대표의 부재가 사건 공모자들의 혐의 입증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CNK 의혹에 관련된 핵심 관련자들의 잇따른 구속영장기각은 오 대표의 부재가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CNK 기술고문 안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김상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혐의 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김 전 대사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이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역시 "주가조작과 관련한 공범들과의 공모관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기각사유를 밝혔다.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이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있는데다, 혐의를 입증해줄 오 대표의 진술이 없는 상태에서는 검찰의 주장이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검찰은 사건 관련자들 간의 연결고리를 명확히 밝혀내기 위해 오 대표의 귀국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오 대표가 귀국하는 즉시 체포와 함께 조사를 실시하고, 안씨와 김 전 대사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를 다시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핵심관계자인 오 대표가 귀국을 계속 미룰 경우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관계자는 향후 계획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보겠다. 향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CNK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윤희식)는 카메룬에 체류 중인 오 대표에 대해 인터폴에 공개 수배를 요청하고, 귀국시 즉시 체포하기로 했다고 지난 7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