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 압박에 고환율 정책 사실상 포기

"환시, 환율 하락 용인으로 해석"

입력 : 2012-03-09 오후 5:20:44
[뉴스토마토 임애신·박승원기자] 정부가 물가 상승 압력에 못이겨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기조로 여겨지는 고환율 정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 양대 경제수장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약속이라도 한 듯 물가와 관련한 발언을 쏟아내 이 같은 상황을 뒷받침했다.
 
이런 변화는 물가를 둘러싼 주변여건이 만만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동발 위험요인으로 인해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총선·대선 등 양대 선거를 앞두고 있어 물가에 대한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박재완 장관은 지난 7일 진행된 페이스북 상의 대담에서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게 줄어든 반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커졌다”며 “물가에 따른 서민 고통이 훨씬 심하고 경상수지는 흑자를 유지하는 현 상황에서 정부는 고환율 정책(원화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정부가 물가 부담 때문에 사실상 고환율 정책을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의 물가에 대한 부담은 김중수 한은 총재 입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김 총재는 8일 기준금리를 9개월째 3.25%로 동결한 직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3%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을 내놨다. 외환정책에 있어 수출보다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총재는 물가와 관련 “높게 유지되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와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등이 불안요인으로 잠재해 있다”며 경계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실제로 두 경제수장의 발언 등 최근 보여준 정부의 기조에 영향을 받아 원?달러 환율은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150.25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122.94원으로 떨어졌다. 4개월만에 30원 가까이 낮아진 것이다.
 
특히 이달 들어 환율이 1110원대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 2일에는 1115.50원원으로 연 최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9일 환율도 전일 종가보다 0.5원 떨어진 1117.8원으로 마감하는 등 여전히 낮은 수준을 보였다.
 
그리스 우려 완화 영향뿐 아니라 박 장관과 김 총재의 발언으로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환율 하락을 용인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이다.
 
현 정권 초기 고환율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현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만약 고환율이 아니었다면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이 아니라 사상 최대의 영업적자를 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고환율 정책을 공식 폐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민간연구소 한 연구위원은 "환율이 절상된다면 아무래도 수출에는 좋지 않게 작용할 것"이라며 "수출 경쟁국인 일본이 엔화 약세를 위해 돈을 많이 풀고 있기 때문에 엔화가 절하되는 가운데 원화 가치만 올라가면 더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뉴스토마토 박승원 기자  magun122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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