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2007년 대선 당시 'BBK 의혹'을 제기했던 김경준씨(46·수감 중)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이른바 '가짜 편지'의 실체를 홍준표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가 알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와 기획입국설 수사가 축소수사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가짜편지를 쓴 당사자인 신명씨(51)와 11일 국제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씨는 "홍 전 대표가 가짜편지임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몰랐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그건 그 사람 속이니까"라면서도 "그런데 홍 전 대표가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나? 홍 전 대표는 나를 본적도 들은 적도 안적도 없다고 했는데 왜 편지가 홍 전 대표의 책상 위에 놓여있으며, 왜 편지를 가지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신씨는 "기자들이 그럴듯한 내용이 제보로 왔다고 해서 그대로 기사를 쓰지 않고 취재원을 확인하고 제보내용을 확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홍 전 대표가 나를 알지도 못하는데 내용이 그럴듯하다고 편지 내용을 가지고 기자회견을 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씨는 이어 "내가 지은 죄는 달게 받겠다. 그런데 막상 시킨 사람이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면서 "그 편지를 왜 홍 전 대표가 흔들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검찰에서 물어도 몰랐다고 할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자신이 시키지 않았으면 시킨 사람을 찾아내야 한다. 홍 전 대표는 제3자가 아닌 당사자"라면서 "나는 강요에 의해서 한 쓴 것이다. 직접 편지를 쓴 사람은 인정을 하는데 시킨 사람은 안했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씨의 이 같은 발언은 검찰의 기획입국설 수사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2007년 12월8일 당시 홍 대표는 "김씨의 기획입국을 입증하겠다"며 김씨의 미국 교도소 내 수감동료였던 신경화씨의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는 "자네(김경준)가 '큰 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한나라당은 편지에서 나오는 큰 집이 당시 노무현 정부를 뜻하는 것이라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반년 넘게 조사를 벌인 끝에 2008년 6월 "기획입국설은 실체가 없다"며 사건 관계자 전원을 무혐의 처리했다.
신씨의 진술에 따르면 기획입국설을 촉발한 가짜편지에 홍 전 대표가 깊숙이 관련되어 있음에도 검찰이 홍 전 대표에 대한 조사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나꼼수) 역시 기획입국설과 관련, 검찰의 축소수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유원일 전 의원은 11일 나꼼수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경준이) '검찰은 한나라당 쪽 입국 개입엔 전혀 관심이 없다고 화까지 내면서 민주당 쪽 인사들을 대라고 압박했다'고 이야기했다"고 소개했다.
유 전 의원은 이어 "(김경준의) 어머니에게 '혹시 민주당 쪽 인사가 접촉한 적이 있느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느냐'고 물으니 '없다'고 했다"면서 "입국 회유를 한 것은 박근혜 쪽인데도 (검찰에서는) 민주당쪽 인사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당시 한나라당의 기획입국설에는 의도적으로 눈을 감고 민주당의 기획입국설에만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했다는 뜻이다.
한편, 사건의 당사자인 김씨는 지난 1월 가짜 편지의 작성자로 알려진 신씨 형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뒤, 검찰 조사에서 “신씨와 사건을 꾸민 배후를 엄하게 처벌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신씨는 전화통화에서 “조용히 3월 말에 귀국할 예정이다. 오는 4월5일 가짜편지의 배후에 대해 폭로하겠다”고 밝혀 향후 검찰이 재조사에 나설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