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벤처 창업주의 갑작스런 퇴진..이유는?

서승모 씨앤에스 회장, 현대차 출신 김동진 대표에 경영권 잃어

입력 : 2012-03-13 오후 3:29:10
[뉴스토마토 김세연·박제언 기자] 한때 벤처기업협회를 이끌었던 1세대 벤처기업 창업주가 회사 경영에서 물러났다.
 
자동차용 반도체와 멀티미디어 통신용칩 개발기업인 씨앤에스(038880)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서승모 대표이사를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김동진, 서승모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김동진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서 대표는 오는 23일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잔여임기가 끝나는 상황이지만 임기를 10여일 앞두고 전격 해임당한 것이다.
 
◇벤처 1세대 vs. 대기업 전문경영인
 
서 대표는 삼성전자 D램 개발팀에 근무하다 1993년 씨앤에스테크놀로지(씨앤에스)를 설립한 벤처 1세대다. 1990년대 후반 한국 사회를 휩쓴 벤처붐 시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베테랑이다.
 
서 대표는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벤처기업협회의 초대회장을 역임하는 등 대외적인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반면, 회사 경영은 순탄치 못했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35.0% 줄어든 203억원에 그치고 영업손실 104억원, 당기순손실 116억원을 기록해 2001년 이후 11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런 가운데 씨앤에스는 지난 2010년 3월 김동진 대표이사를 각자 대표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현대차(005380) 부회장과 현대모비스(012330) 부회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당시 씨앤에스는 김 대표의 선임 배경에 대해, 현대차그룹과의 협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씨앤에스는 지난 2009년부터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등과 함께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의 반도체 개발을 진행해왔다.
 
벤처 1세대 창업주와 대기업 전문경영인의 결합은 시너지를 낼 수도 있었겠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두 사람은 회사 경영을 놓고 분쟁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반도체 사업 진출도 원인?
 
이런 가운데 김 대표의 씨앤에스 보유지분은 전체의 8.9%(235만주)까지 늘어나면서, 회사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반면, 서 대표는 그동안 장내매각과 담보제공을 통해 지분이 꾸준히 줄었고, 지난 5일에는 담보제공 주식의 소유권 변경을 통해 불과 0.39%만을 소유하게 됐다.
 
여기에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반도체 사업에 직접 나서기로 한 것은 서 대표의 해임을 가속화한 요인으로 꼽힌다.
 
스마트카 기술 강화를 추진하는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자사 출신 인사가 대표로 있는 기업과 손잡는 것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씨앤에스에 대한 현대차의 영향력이 강화된 만큼 현대차 그룹내 반도체를 담당하는 부분이 통합될 것"이라며 "카네스를 모집단으로 케피코, 현대모비스, 씨앤에스 등을 핸들링하는 반도체 생산체제가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서 대표는 이날 해임과 관련해 "현대차와의 문제보다는 김동진 대표의 욕심이 과했던 측면이 크다"면서도 이후 행보에 대해서는 "할 말 없다"고 말을 아꼈다.
 
뉴스토마토 김세연 기자 ehou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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