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중국의 태양광 업체인 GCL이 올들어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한 것이 국내 업체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태양광 수직계열화가 된 GCL이 올해 최대 7만톤으로 증설하게 될 경우 폴리실리콘뿐만 아니라 잉곳·웨이퍼, 셀·모듈 등 태양전지 재료 전반의 제조단가 인하로 이어져 국내 업체들에게도 큰 압박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OCI를 비롯한 국내업체들은 GCL이 저순도-저효율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큰 영향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GCL은 올해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6만5천톤에서 최대 7만톤으로 계획하고, 증설을 진행 중이다. 새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은 이미 지난 1월부터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증설로 GCL은 지난해 공동 1위였던 미국 햄록을 단숨에 따돌리고 생산능력 기준 선두 자리를 꿰차게 됐다. 앞서 지난해 기준 생산능력은 GCL과 햄록이 4만6000톤으로 공동 1위 ,
OCI(010060)와 독일 바커가 4만2000톤으로 공동 3위, 미국 REC가 1만8500톤으로 5위를 기록했다.
폴리실리콘 산업은 생산능력을 확대할수록 원가가 낮아지는 '규모의 경제'에 해당돼 생산을 비약적으로 확대하는 기업이 생기면 경쟁업체들은 그만큼 단가 인하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GCL의 증설이 폴리실리콘과 후방 업체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태양전지 업계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폴리실리콘의 경우 GCL은 순도가 낮은 식스 나인(99.9999%, 불순물 함량 10만분의 1) 위주인 것으로 알려진 반면 국내 기업들은 고순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OCI가 텐 나인(99.99999999%, 불순물 함량 10억분의 1)과 일레븐 나인(99.999999999%, 불순물 함량 100억분의 1)을, 최근 7000톤으로 증설한 웅진폴리실리콘은 나인-나인(99.9999999%, 1억분의 1)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 최근 폴리실리콘 가격이 원가에 근접한 30달러 초반에 턱걸이를 한 상황이기 때문에 단순한 가격 인하만으로는 약발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후방 업체들도 GCL 제품보다 고효율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입을 모은다. 잉곳·웨이퍼, 셀·모듈의 가격도 빠질 만큼 빠져 같은 값이면 효율이 높은 제품을 선호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급과잉으로 태양전지 전 사업에 걸쳐 가격이 이미 원가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며 "가격차가 큰 폭으로 벌어진 것도 아니어서 시장에서는 고순도·고효율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기용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GCL이 증설 과정에서 순도를 높였다면 고순도·고효율 제품의 가격에 영향을 주겠지만,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시장에서는 GCL보다 기술과 원가 경쟁력이 있는 국내 업체들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GCL이 대규모 증설에 나선 것을 두고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목적보다 수익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증설이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수익이 낮은 공장의 생산을 멈추고 최근 도입한 설비 위주로 제품 생산에 나섰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시장이 안 좋은 상황에서 GCL이 증설에 나선 것은 공격 경영으로만 볼 수 없다"며 "설비교체로 원가를 절감하려는 방편의 일환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