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높은 대출금리의 합리성에 대한 현장점검에 나선 가운데 은행들의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신용대출금리 산정의 구조적인 이유를 무시한 채 대출금리 상승이라는 비판 여론에 밀려 현장점검에 나섰다는 얘기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산정에 합리성을 확인하기 위한 현장점검에 돌입했다. 현재 예금금리는 떨어지는 데 반해 대출금리는 올라가는 현상이 나오는 데 따른 조치다.
실제로 한은의 통계를 살펴보면 국내 은행들의 평균 예금금리는 작년 12월 연 3.77%에서 지난 1월 연 3.75%로 0.02%포인트 떨어졌지만, 같은기간 평균 대출금리는 연 5.69%에서 5.79%로 0.1%포인트 올랐다.
우선 금감원은 신용대출금리의 적정성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은행들은 신용대출금리를 올리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올 1월에 신용대출금리가 오른 것은 집단대출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말 부동산 취·등록세 감면혜택을 받으려는 고객들이 몰리면서 집단대출이 많았지만, 이 혜택이 종료됨과 함께 집단대출이 줄면서 신용대출금리가 상승했다는 것.
일반적으로 신용대출은 일반신용대출과 집단대출로 분류된다. 신용대출의 금리는 이 두 대출의 금리를 가중평균해 정하는데 구성비의 전환에 따라 과도하게 높아지거나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오히려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신용대출금리 산정의 구조적인 이유를 무시하고 점검에 나섰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1월 신용대출금리가 오른 것은 집단대출이 줄었기 때문이지 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며 "금융당국이 신용대출금리 상승한 것에 대해 포트폴리오에 의한 것인지 은행 자체적으로 올린 것인지 숙지한 다음에 점검을 나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점검 나온 금융당국 관계자에게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살펴볼 때 시장에서 우려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다"며 "개인적으로 볼 때 와서 딱히 할 건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당국으로서는 문제가 있는지 살펴볼 책임은 있다"면서도 "과연 점검을 나와서 은행의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실제로 통계를 작성하는 한국은행도 은행들의 입장에 상당부분 동조하는 분위기다.
한은 관계자는 "신용대출금리는 두 대출의 금리를 가중평균으로 구하다보니 구성비 전환에 따라 과도하게 높아지거나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올 1월에 신용대출금리가 상승한 것은 지난해 12월 취·등록세 감면 혜택 종료로 집단대출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은행측 설명이 맞다"고 말했다.
더불어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이번 현장점검이 보여주기식 점검이라고 비판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자료는 요청하고 있지만 은행에서 금리를 올렸다는 컨셉으로 점검하는 것 같지 않다"며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할 입장은 아니나 시장에 보여주는 식으로 점검을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