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제14민사부는 지난 13일 오후
한화케미칼(009830)이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상대로 제기한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 공판을 진행했지만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2심의 최종 판결이 오는 5월 3일 이후로 미뤄졌다.
사건의 출발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화그룹은 2008년 11월 6조3000억원에 이르는 대우조선해양 지분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본계약을 진행하지 않아 이행보증금을 몰수당했다. 이에 한화그룹은 2009년 채권단을 상대로 이행보증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낸 것이다. 이행보증금이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인수자가 매각대금의 5%를 미리 내는 돈이다.
1심 재판은 지난해 2월 열렸다. 1심 재판에서는 인수 무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가 쟁점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인수 무산의 책임이 한화에 있다며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한화그룹의 자금 조달이 어려웠던 점은 인정되지만 금융시스템 전체가 마비된 것은 아니고, 최종기한까지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양해각서가 있었다는 게 그 이유다. 이에 한화는 항소했다.
올해 재판에서는 이행보증금 규모가 쟁점이다. 법원은 지난 13일 인수 무산에 따른 손해가 얼마인지를 공시 자료 등을 통해 입증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원고와 피고 측에 한번 더 기회를 주기로 하고 오는 5월 재판을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한화 측은 일부라도 돌려달라는 입장이다. 한화 측은 "3000억원이 넘는 위약금은 산업은행 금융부문 1년 이익에 달하는데 금융위기 상황 등을 감안했을 때 타당하지 않다"며 "당시 금융위기는 세계적인 문제였고 실제 시간이 흘러갈수록 상황이 악화돼 자금조달이 힘들었는데 이는 불가항력적 요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즉, 이는 내부적인 문제가 아닌 시장 충격 등 외부요인에 의한 불가항력적 사태였기 때문에 한화 측에 전적인 귀책 사유가 있는 게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채권단 측은 "합리적인 근거와 정상적인 절차로 진행된 것"이라며 "이행보증금은 인수합병 이행강제를 위한 것이며 한화는 전략적 판단하에 최종계약을 거절했다"고 반박했다.